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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중재안…국회 통과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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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22일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합의 후 이틀 만인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중재안의 허점을 공개 비판하고 나서는 등 국민의힘이 후폭풍에 휩싸이면서다.

이 대표는 24일 오후 5시쯤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내일(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포함해 일선 수사경험자들의 우려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며 “이 법안은 더 이상의 추진 이전에 공청회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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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조계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는 과정에서 한 후보자와도 통화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 합의안에 대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낸 다음 날 이 대표가 재검토를 선언하자 당내에서는 ‘한 후보자를 통해 윤 당선인의 의중이 확인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추가 글에서 “이번 협상을 이끌었던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해선 오히려 힘을 북돋워주셔야 한다”며 재협상 응원의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이 스스로에게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해상충”이라면서 “그래서 많은 국민과 지식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박홍근(더불어민주당)·권성동(국민의힘)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안이 공직자·선거 관련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박탈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인수위원장으로서가 아닌 개인적 소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안 위원장은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대로 균형과 견제를 할 수 있는 그러한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합의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 두 건을 올리며 “6대 중대범죄 중 나머지인 선거와 공직자 범죄를 사수하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강력한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며 “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국민의 우려는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 공수처 문제를 비롯해 이 부분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국민의힘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정치인 스스로 검찰수사 안받게 해 … 이해상충”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4일 ‘검수완박’ 합의안에 대해 “정치인들이 스스로에게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해상충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4일 ‘검수완박’ 합의안에 대해 “정치인들이 스스로에게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해상충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하지만 국민의힘 온라인 게시판에는 ‘중재안 합의를 파기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3선의 조해진 의원도 개인성명을 통해 “여야는 졸속적 검수완박 합의를 유보하고 당 내외는 물론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 등 국민 여론 수렴을 통한 사법개혁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여야 합의안에 대해 “민주당의 파워 엘리트들을 보호하기 위한 짓거리였는데 파워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가다 보니 그 혜택을 이제 그 당 엘리트들도 고스란히 보게 된 것”이라며 “부패한 정치인들, 서민 등치는 사기꾼들, 온갖 민생사범들만 신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이번 중재안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중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초 권 원내대표는 22일 중재안 수용 당시 윤 당선인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권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교감을 나눴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24일 “국민 우려”를 거론하면서 바뀐 기류가 감지됐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며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취임 이후에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관련 언급을 피해 온 것과는 달라진 대응이었다.

실제로 중재안 합의 이후 전·현직 검찰 후배들을 비롯해 곳곳의 비판 목소리가 윤 당선인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율사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당선인이 사전에 충분히 합의안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특수부 검사 수 축소’ 같은 입법 남용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내대표가 덜컥 합의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 당선인이 직접 개입하는 대신 주변에 여러 의견을 전달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준석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 당선인과 아무 교감도 없이 중재안 재검토 주장을 냈겠느냐”고 말했다. 중재안 재검토 주장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원안과 중재안을 비교하고 만약 여야 합의를 파기했을 때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합의안 재검토 발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합의안을 재검토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장은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정당과 함께하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며 “파기한다면 그 뜻에 따라 국회 일정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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