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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이준석 동시 때렸다…힘 잃는 중재안, 尹 교감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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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후 울산 북항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건설 현장에서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후 울산 북항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건설 현장에서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24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중재안의 허점을 잇달아 공개 비판하면서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해 상충”이라며 “많은 국민들과 지식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권유로 박홍근(더불어민주당)·권성동(국민의힘)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중재안이 검찰의 선거·공직자 관련 수사권을 박탈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인수위원장으로서가 아닌 개인적 소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안 위원장은 “만약 검찰의 많은 권한을 경찰로 보내면 경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어떻게 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이 통과되면 이행과정 중에서 범죄자들이 숨 쉴 틈을 주어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에는 이준석 대표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협상안에 대해서 재검토를 하겠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그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을 포함해 일선 수사경험자들의 우려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며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고 못박았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조계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는 과정에서 한 후보자와도 통화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낸 다음날 이 대표가 재검토를 선언하자 당내에서는 ‘한 후보자를 통해 윤 당선인의 의중이 확인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 소위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입법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한다”며 “한동훈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환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제안을 던졌다. 또 3선의 조해진 의원도 개인성명을 통해 “여야는 졸속적 검수완박 합의를 유보하고, 당내외는 물론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 등 국민여론 수렴을 통한 사법개혁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면서, 이번 중재안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중에 당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초 권성동 원내대표는 22일 중재안 수용 당시 윤 당선인과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권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이 중재안을 놓고 교감을 나눴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서울=뉴스1)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과학교육수석'을 신설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2022.4.24/뉴스1

(서울=뉴스1)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과학교육수석'을 신설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2022.4.24/뉴스1

하지만 윤 당선인이 24일 오전 “국민 우려”를 거론하면서 바뀐 기류가 감지됐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며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취임 이후에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 등 구체적 단어를 배제했지만, 그간 관련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해온 것과는 분명 달라진 대응이었다.

실제로 중재안 합의 이후 전·현직 검찰 후배들을 비롯, 곳곳의 비판 목소리가 윤 당선인에 전달됐다고 한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당선인이 사전에 충분히 합의안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특수부 검사 수 축소’ 같은 입법 남용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내대표가 덜컥 합의해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윤 당선인이 직접 개입을 하는 대신, 주변에 여러 의견을 전달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준석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 당선인과 아무 교감도 없이 중재안 재검토 주장을 냈겠느냐”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스타일상 권 원내대표에게 디테일하게 사전 보고를 받지 않았을 텐데, 지금 검찰이 정치인 수사를 못 하게 된 데 대한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인수위 관계자)는 시각도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협상 총대를 멨던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 재검토 주장에 대해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원안과 중재안을 비교하고 만약 여야 합의를 파기했을 때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 단체 채팅방에선 여야 협상안을 최고위에서 논의하는 문제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주로 최고위 논의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의 “합의안 재검토” 발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아직 국민의힘 지도부 차원에서 합의를 철회하지 않은 만큼, 일단은 국민의힘 내부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합의안을 재검토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다. 만약 합의를 파기하면 당장 우리 내부에서도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장은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정당과 함께 하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며 “파기한다면 그 뜻에 따라 국회 일정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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