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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청문회 불참” 국힘 “갑자기 몽니”…한덕수 자료 신경전 가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오는 25~26일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불참하겠다고 24일 밝혔다. 한 후보자가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성실히 제출에 응해왔다.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고 반발했다. 특위원 13명 중 8명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불참선언으로 인사청문회는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뉴스1

민주ㆍ정의 “청문회 진행 불가…증인은 연락 두절”

한 후보자 민주당ㆍ정의당 소속 총리청문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은 불가능함을 말씀드린다”며 “그간 민주ㆍ정의 양당이 검증과 의혹 규명을 위한 자료를 성실히 제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한 후보자 측이 국회의 요구를 끝내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 후보자 한덕수 인사청문특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오는 25일과 26일로 예정된 한덕수 후보자 인사청문회과 관련해 자료제출을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이해식 의원, 김의겸 의원. 김상선 기자

국무총리 후보자 한덕수 인사청문특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오는 25일과 26일로 예정된 한덕수 후보자 인사청문회과 관련해 자료제출을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이해식 의원, 김의겸 의원. 김상선 기자

한 후보자는 과거 한국무역협회장과 로펌 김앤장 고문 등을 지내며 각종 특혜와 고액 자문료를 받은 경위에 관한 의혹을 받고 있다. 부인 최모씨의 미술품 매매 내역 역시 민주당 등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민주당 등은 관련 자료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한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사생활 침해 우려 ▶서류 보존 기간 만료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제출이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인청특위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검증에 필수적인 자료가 부재한 상태에서 청문회를 진행한다면, 국민이 국회에 위임해준 검증 권한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저희가 이 상태로 참여하는 것은 허술한 검증의 들러리를 서는 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일정에 대해선 “국민의힘 인청특위 간사에게 자료 제출 후에 청문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청문회 재개 선결 조건은 한 후보자의 성실한 자료 제출이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요구한 자료 제출 내역과 미제출 사유. 강병원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요구한 자료 제출 내역과 미제출 사유. 강병원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요구한 자료 제출 내역과 미제출 사유. 강병원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요구한 자료 제출 내역과 미제출 사유. 강병원 의원실 제공

인청특위 관계자는 “각종 의혹을 입증할 핵심 자료들이 모두 미제출돼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간 한 후보자 부인에 대한 ‘출입국 신고 물품ㆍ세관신고내역’, ‘토지 및 주택 부동산 거래내역’, ‘사인간 채권채무내역’, ‘벌과금 내역’, ‘작품 판매 현황’ 등 자료 제출 요구가 모두 개인정보보호ㆍ자료소실 등의 이유로 제출이 거부됐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인 최모씨의 작품 '봄이 온다' 사진 김의겸 의원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인 최모씨의 작품 '봄이 온다' 사진 김의겸 의원실

이런 가운데 청문회 증인 4명 중 1명으로 채택된 일조원 갤러리 관장 강모씨의 연락 두절도 여·야간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조원 갤러리는 지난해 부인 최씨가 개인전을 열었던 곳이다. 민주당은 최씨가 그간 전시회를 통해 대기업에 그림을 고가로 팔아왔다는 의혹과 관련, 강씨가 의혹을 규명할 핵심 증인으로 보고 있다. 인청특위 위원인 신동근 의원실 관계자는 “강 관장이 불과 며칠 전까지 통화가 됐으나,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며 “불출석 사유서조차 내지 않고 잠적한 수상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국힘 “이낙연ㆍ정세균 때보다 3~4배 요구…몽니”

국민의힘은 즉각 허은아 수석대변인 명의로 “갑자기 전날에 몽니를 부리며 한 후보자가 부적격인 양 정치적 꼼수만 부려서 될 것인가”라는 비판 논평을 냈다. 이어 인청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이 정한 청문기한을 준수해 주실 것을 민주ㆍ정의 양당 위원님들께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여야가 대립하던 과거 국회 상황에서도 총리 인사청문 기간을 어긴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성명을 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제3회의장에서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2022.04.24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제3회의장에서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2022.04.24 국회사진기자단

이들은 자료 제출이 미흡했다는 지적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총리인사청문 준비단에 현재(24일)까지 요청된 자료는 총 1,090여건”이며 “지난 정부의 이낙연 총리 때 319건(제출 85%), 정세균 총리 때 250건(제출 52%), 김부겸 총리 때 347건(제출 84%)과 비교할 때 3~4배가 넘는 양”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별세한 지 한 세대 이상이 지난 후보자 부친(1907~1982)과 모친(1913~1994)의 부동산 거래 내역 일체,1970년 사무관 임관 이후 봉급내역 전부 등 답변할 수 없는 내용도 일부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선제 공격?…“장기적으론 자충수될 수도”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양측의 신경전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에서 벗어난 민주당의 선제공격 신호탄”(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가 잘못한 일 1순위로 ‘인사’가 꼽혔다”며 “인사 문제로 당력을 모아 지방선거까지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장관 후보자들과 달리 국회 인준이 필요한 만큼, 총리 인준 문제를 다른 장관 후보자들 문제와 연계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서 ‘한동훈ㆍ정호영 후보자 임명 강행시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이 부결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며 연계 전략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결정적 한 방’ 없이 한 총리를 겨냥한 민주당의 전략이 “중장기적으론 자충수가 될 수 있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의견도 있다. 신 교수는 “윤 당선인이 국회 인준을 포기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서리 체제로 갈 수도 있다”며 “총리 서리 체제가 장기간 이어지는 건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인식을 키워 점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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