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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바위·파타야 혐의 벗자 결심? 이은해 '계획 자수' 증언 나왔다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가 검거될 당시(지난 16일)의 긴박했던 상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두 사람 체포에 임박해 이씨의 은신처가 특정되고, 마지막 순간 이씨 아버지가 이씨를 설득하던 순간이다.

은신처 좁혀가며 아버지 설득 

수사기관은 이씨와 조씨의 지인들을 집중 추적했다. 방송 시사프로그램과 신문사에도 지인들의 제보와 증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즈음 경찰은 경기도 일산의 은신처를 특정했다. 이씨와 조씨가 공개 수배 이후인 지난 3일 경기도 양주를 다녀올 당시 동행한 사람을 추적해 얻은 성과였다. 동행인들은 ‘도망자’들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 내려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은해씨와 공범 조현수씨. [사진 인천지검]

이은해씨와 공범 조현수씨. [사진 인천지검]

합동검거팀은 오피스텔을 파악하고 정확한 호실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층이 넘는 고층 빌딩에 여러 개의 출입구가 있는 상황에서 ‘원샷원킬’로 작전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이씨 아버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은해의 딸을 키우는 부모에게 이씨가 연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적중했고, 자수를 설득할 수 있었다. 16일 이씨 아버지는 경찰에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고 전했고, 검거팀과 같이 오피스텔로 이동했다. 오피스텔 15층에서 조씨를, 조씨와 함께 22층에 있던 이씨를 검거했다.

석바위·파타야 사건 정리되자 상황 변화

당초 수사기관에 적대적이었던 이씨의 아버지는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 경찰은 이씨의 옛 남자친구 사망 의혹 사건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석바위 사거리 교통사고 사망 사건’과 ‘파타야 스노클링 사망 사건’이다. 이씨의 전 남자친구들이 각각 2010년과 2014년 의문의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경찰 조사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내사한 경찰은 ‘교통경찰 업무관리 시스템(TCS)’을 확인한 결과 2010년 석바위사거리 일대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타야 스노클링 사고 관련해선 태국의 부검 자료와 보험 기록 등으로 보험금 등 이씨가 얻은 이득이 없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경찰은 이씨 아버지와 연락하며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사실이 아닌 부분을 바로 잡겠다”는 경찰관들의 설득에 아버지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아버지가 딸을 설득한 것은 그런 신뢰 관계(라포)가 형성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 아버지는 딸의 자수 사실을 알리며 자신이 믿는 특정 경찰관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곡살인 검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계곡살인 검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계획 자수?…“변호사 비용 모으기 위해 도주” 주장도

그러나,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이번 자수를 통상적인 의미의 자수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씨 부녀가 검거를 앞두고 양형에 참작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와 조씨가 도주 단계에서부터 자수를 계획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이씨의 한 지인은 중앙일보에 “이씨가 도주하기 직전 지인 여러 명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돈을 벌어서 제대로 된 변호사를 만들어 돌아오겠다’는 내용이었다”며 “자신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또 다른 지인은 방송에서 “이씨는 변호사 선임 비용이 3억원이며 비용이 마련되면 그때 자수한다고 했다”며 “지인의 불법 사이트 등을 운영하며 수익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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