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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 , '여성' 작가들이 휩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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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간 부문에서 황금사사장을 수상한 영국관 대표 작가 소냐 보이스.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간 부문에서 황금사사장을 수상한 영국관 대표 작가 소냐 보이스.

본전시 부문 황금사자상 수상한 미국 작가 사이먼 리. [사진 연합뉴스]

본전시 부문 황금사자상 수상한 미국 작가 사이먼 리. [사진 연합뉴스]

그동안 우리가 마주했던 수많은 미술 작품은 남성 작가의 것, 무대를 세계로 아무리 넓혀봐도 백인 남성 작가의 것이 대부분이었다. 여성은 오랫동안 작품 속 대상으로 등장하거나, 작가라 하더라도 존재감 없이 묻혀 있거나 지워진 경우가 더 많았다. 그것을 깨닫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지난 23일(현지시간)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이 올해 세계에 이 뜨끔한 질문을 던지며 포문을 열었다.

흑인 여성작가 2명 황금사자상 #최고작가상, 미 작가 시몬 리 #영국관 작품 소냐 보이스 수상 #평생공로상, 세실리아 비쿠냐 #본전시 참여작가 90%가 여성 #"사상 처음 여성 작가 수 압도적"

3년 만에 막을 올린 제59회 베니스가 강력한 바람을 이끌고 왔다. '여성'이라는 이름의 초강력 태풍이다. 역사상 유례없이 두 흑인 여성 예술가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나란히 받았는가 하면, 본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사상 처음으로 여성 작가 수가 남성 작가 수를 앞질렀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외신 매체에 따르면,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이 23일 개막한 개막한 가운데 미국 작가 시몬 리(Simmone Leigh·55)가 본전시 부문 황금사자상(최고 작가상), 영국관 대표작가 소냐 보이스(Sonia Boyce·60)가 국가관 부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평생공로상 역시 카타리나 프리치(독일), 세실리아 비쿠냐(칠레) 두 여성 작가에게 돌아갔다. 올해 비엔날레는 여느 해보다 강력하게 '여성'의 정체성과 힘을 전면에 부각한 것으로 기록에 남을 전망이다.

올해 비엔날레는 개막 전부터 '여성'이라는 화두로 주목받았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실리아 알레마니( 뉴욕 하이라인 아트 감독 겸 수석 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은 올해 비엔날레의 제목은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 본전시엔 총 58개국 작가 213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여성작가가 188명에 달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127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작가가 남성 작가 수를 앞질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역사적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참여작가 중 대체적으로 약 10%가 여성이었으며, 최근 몇 년간 30%까지 증가했다"며 "그러나 알레마니 총감독이 이끈 전시의 참여작가 약 90%가 여성"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선 여성 설치미술가 정금형(42), 이미래(34)이 본전시에 초청받아 참여하고 있다.

'여성' 그리고 '흑인여성' 

미국 작가 시몬 리의 '브릭 하우스(Brick House). [사진 연합뉴스}

미국 작가 시몬 리의 '브릭 하우스(Brick House). [사진 연합뉴스}

미국 작가 시몬 리의 조각 작품. 경작지에서 노동하는 흑인여성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작가 시몬 리의 조각 작품. 경작지에서 노동하는 흑인여성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흑인 여성작가 시몬 리의 조각 작품.

미국 흑인 여성작가 시몬 리의 조각 작품.

영국 흑인 여성 뮤지션에 초점을 맞춘 영국 작가 소냐 보이스의 사운드 설치작품.

영국 흑인 여성 뮤지션에 초점을 맞춘 영국 작가 소냐 보이스의 사운드 설치작품.

2022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국관 소냐 보이스의 작품.

2022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국관 소냐 보이스의 작품.

본전시에서 최고 작가상을 받은 시몬 리는 미국관 앞에 길이 5m에 달하는 대형 흑인 여성 청동 조각 '브릭 하우스(Brick House)’를 선보여 크게 주목받았다. 올해 비엔날레 심사위원장 아드리엔 에드워즈 휘트니 박물관 큐레이터는 리의 작품에 대해 "엄밀하게 연구되고,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구현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시몬 리는 검은 액체가 거울처럼 사방을 비춰내는 논밭 형태의 공간에서 허리를 구부려 일하는 흑인 여성 조각도 선보였다. 역사에서 오랫동안 소외돼온 흑인·여성·원주민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국가관 부문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보이스는 작품 '그녀 방식으로 느끼기(Feeling Her Way)'를 통해 영국 음악사에서 주류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여성 뮤지션들을 부각했다. 비디오, 콜라주, 음악, 조각을 결합한 사운드 설치작품으로 세대와 스타일이 전혀 다른 흑인 여성 뮤지션의 음악을 다룬다. 보이스는 "영국 음악 시스템 내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으며, 심사위원단은 "사운드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 읽기를 제안했다"고 평가했다.

평생공로상은 독일 태생의 프리치와 칠레의 시각예술가이자 시인인 비쿠냐 (74) 공동으로 수상했다. 특히 비쿠냐는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비중 있게 소개돼 눈길을 끈 작가다. 돌·나무·조개 껍질 등 자연의 재료와 전통적 직조 기술을 결합한 방식으로 작업하며, 생태·공동체·사회 정의 등 현대 사회의 주요한 문제를 다뤄왔다. 비쿠냐는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빈홀 전시 '현대 커미션'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오는 10월 작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알레마니 총감독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남여 비율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는데 다들 너무 이 자체에 집착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동안 미술계에서 남성들이 대다수였던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이스와 리 등의 작가가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 언급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라며 "미국관은 1930년에 지어졌고 영국관은 1912년에 지어졌지만, 흑인 여성들이 그것을 차지하는데 지금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게 더 당혹스럽다. 우리는 충격을 넘어 이 시간을 과거를 반성하고 역사를 재해석하고 어떻게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관, 김윤철 작가 설치작품

한국관에서 선보인 김윤철 작가의 '채도'.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관에서 선보인 김윤철 작가의 '채도'.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편 공식 개막에 앞서 20일 개관한 한국관은 '나선'을 주제로 김윤철 작가의 현장 드로잉 1점과 함께 설치작품 등 총 6점을 선보였다. 미술전문매체 아트뉴스페이퍼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꼭 봐야할 국가관 전시 7개중 하나로 미국,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노르딕, 루마니아등과 함께 한국을 꼽았다.

한편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베니스에 몰려드는 비엔날레 기간에 박서보(90), 하종현(87), 이건용 (80) 등 한국 미술계 거장 작가들이 나란히 전시를 열고 있다. 특히 박서보 전시는 영국 화이트큐브 갤러리가 주최하는 것으로 이사무 노구치와 함께 선보이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당초 2021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기돼 올해 개막했다. 1895년 닻을 올린 베니스비엔날레가 제때 열리지 못한 건 1차 세계대전 당시를 제외하곤 처음. 이제 막 올린 베니스 비엔날레는 11월 2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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