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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비춰본 '한국군 北시가전'…이대로면 러시아 꼴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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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에겐 제정(帝政) 시대부터 가져온 별명이 있다. 증기롤러(Steam Roller). 러시아군이 동유럽에서 거침없이 서유럽까지 진격하는 모습이 땅바닥을 다져주는 건설 장비인 증기롤러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졌다.

2015년 러시아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러시아군의 최산 전차 T-14 아르마타.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아직 생산량이 적다. AP=연합

2015년 러시아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러시아군의 최산 전차 T-14 아르마타.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아직 생산량이 적다. AP=연합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병력수가 러시아 증기롤러의 엔진이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장비수였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소련 육군은 최대 5만 5000대의 전차, 7만대의 장갑차, 2만 4000대의 보병전투차량을 보유한 적이 있다. 이 규모라면 소련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보유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런데 러시아 증기롤러가 요즘 시원찮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력차가 아주 큰데도 말이다. 무엇이 무지막지한 러시아 증기롤러를 멈춰 세웠을까.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를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를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

요즘 러시아군의 졸전에 대한 설명이 여럿 나오고 있다. 대대 전투단(BTG)의 한계, 고질적인 병참 부족, 중앙집권적 지휘의 병폐 등등. 한국군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들이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전의 교훈을 보고 한국군이 차근차근 개선하는 방향을 살펴보자.

북한의 화승총으로부터 아군 헬기를 보호하려면

러시아의 공격 헬기인 Ka-52 앨리게이터는 이번 전쟁에서 체면을 구겼다. 미국의 AH-64 아파치를 능가하는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졌다고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과대평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미국제 FIM-92 스팅어 등 휴대용 대공 미사일에 맥없이 격추당하면서다.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러시아군 Ka-52 앨리게이터.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트위터 계정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러시아군 Ka-52 앨리게이터.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트위터 계정

낮게 날아다니는 헬기엔 휴대용 대공 미사일이 쥐약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군은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화승총이라 부르며 엄청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지향성 적외선 대응시스템(DIRC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휴대용 대공 미사일의 시커(추적기)는 항공기에서 나오는 열을 따라 다닌다. DIRCM은 미사일의 시커에게 항공기처럼 보이는 고출력 기만광선을 쏴 적 미사일을 속여 다른 곳으로 이끄는 장비다. 최근에 개발한 DIRCM은 적 미사일의 시커를 태울 수도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은 2018년 세계에서 6번째로 DIRCM을 자체 개발했다. 그런데 아직 DIRCM을 단 한국군 헬기는 없다. DIRCM이 크고 무거워 일정한 덩치의 항공기만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대형 기동 헬기를 새로 사들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사시 이 헬기들은 제2 신속 대응 사단의 병력을 태우고 북한을 재빨리 점령하는 데 투입된다. 그런데 북한군이 길목마다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깔아놓으면 낭패다. DIRCM과 같은 방어 장비를 갖춰야만 하는 이유다.

대전차 무기 세례에서 전차가 살아남는 방법은

기계화 전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FGM-148 재블린, 영국의 NLAW와 같은 서방제 대전차 무기로 러시아군 탱크 사냥에 재미를 봤다. 오릭스에 따르면 23일 현재 러시아군은 531대의 전차, 314대의 장갑차, 561대의 보병전투차를 잃었다. ‘전차무용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8년 열병식에서 등장한 '북한판 스파이크' 무장 장갑차. 노동신문

2018년 열병식에서 등장한 '북한판 스파이크' 무장 장갑차. 노동신문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북한군은 7호 발사관(RPG-7), 구소련제 대전차 미사일을 개량한 불새-2와 3 미사일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인 ‘자위-2021’에선 이스라엘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과 유사한 ‘북한판 스파이크’ 미사일이 등장했다. 이 미사일 8발을 실은 장갑차량도 열병식에서 선보였다.

한국군이 준비하지 않으면 유사시 러시아군 신세가 될 게 뻔하다. 전차는 방어력을 높이려고 꾸준하게 장갑을 늘려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능동방어체계(APS)가 대안인 이유다.

능동방호체계는 대전차 무기를 재머(전파방해장치)나 복합 연막탄으로 교란해 빗나가도록 하는 소프트킬과 대응탄을 쏴 대전차 무기를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 등 2가지 방식이 있다. 육군의 K2 흑표엔 소프트킬 장비가 있지만, 소프트킬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하드킬 장비는 국산으로 개발하고도 아직 미탑재 상태다.

국산 하드킬의 대응탄은 파편을 퍼뜨려 대전차 무기를 떨구는 방식이다. 그래서 전차 주변에서 함께 작전하는 보병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이스라엘제 하드킬 장비인 아이언 트로피처럼 자가단조탄(EFP)을 쓰는 걸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자가단조탄은 발사 후 중심부가 폭발 방향으로 튀어나오고, 주변부는 뒤로 접히면서 원뿔형 금속 덩어리로 변한다. 자가단조탄으로 대응탄을 만든다면 적 대전차 무기를 그대로 관통해 파편이 덜 퍼질 수 있다.

2040년대 북한 인구의 70% 이상이 도시에

우크라이나 남부의 마리우풀은 우크라이나 항전의 상징과 같은 도시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시작부터 이 도시를 쉽사리 내주지 않고 있다. 시가전에서 러시아군의 발목을 끝까지 잡으면서다. 23일 현재 러시아군은 도시 대부분을 점령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아조프스탈 공장지대에서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격지지인 마리우폴 시가전 이후 모습. 로이터=연합

격지지인 마리우폴 시가전 이후 모습. 로이터=연합

한국군에게 시가전은 앞으로 전쟁에서 피할 수 없는 미래다. 북한도 2008년 현재 전체 인구의 64.6%가 도시 지역에 살고 있다. 2041년이면 도시화율이 70%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군이 유사시 북한 지역에서 시가전을 치를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맨땅에 헤딩’ 수준이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시가전은 건물과 여러 구조물들이 빽빽하게 모여있어 방자(防者)에게 유리한 곳”이라며 “공자(攻者)는 복잡한 도시 환경 때문에 소부대로 나뉘기 쉽다. 그래서 분대 전투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육군 소총분대는 전시 정원을 8명으로 줄었다. 분대의 화기는 소총 5정, 유탄발사기 장착 소총 2정, 기관총 1정이다. 북한 육군 소총분대는 정원이 12명인 데다, 기관총 1정, 유탄발사기 2정에다 대전차 로켓(RPG), 저격 소총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시끄러운 시가전에서 명령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분대의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다음은 최현호씨의 제안이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이동 중이다. EPA/STR=연합

우크라이나 병사가 이동 중이다. EPA/STR=연합

①시가전에서 목소리나 수신호로 명령을 전달하거나 정보를 전파하긴 어렵다. 분대원 전체에 단거리 무전기를 나눠주자. 지금은 분대장만 무전기(PRC-96K)를 갖고 다닌다.
②분대에 정찰 드론을 보급하자. 도심, 특히 전투로 무너진 건물 사이 날아다닐 수 있도록 작고,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소음도 적어야 한다.
③복합소총인 K11의 개발에 실패한 뒤 손 놓은 분대 화력을 증강하자. 첨단 사격통제 장치가 달린 40㎜ 유탄 발사기가 대안이다. 전차 이외 장갑차나 트럭을 공격하고 적 진지를 파괴하는 공용화기도 필요하다.

개인 전투장구도 빨리 개선해야 한다. 개인 전투장구는 전투원이 늘 입고 달고 다니기 때문에 생존성과 전투 효율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군 당국은 첨단무기 전력화에 신경을 쓰다보니 개인 전투장구엔 관심이 없었다. 박찬준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위원은 “우크라이나는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도 개인장구를 잘 갖췄다. 서방제보단 좀 뒤지지만 우크라이나 자체 개발 야시경도 상당히 많이 갖고들 다닌다”고 말했다.

육군은 워리어플랫폼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년 적은 물량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당장 전력 개선에 보탬이 안 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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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호씨는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이나 드론봇 전투단 같은 구호를 내세우지만, 이런 것들이 지금 도입돼도 한참 늦었다“며 “변화하는 전술 환경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도입하면 바로 노후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최현호씨는 “워리어 플랫폼에 들어가는 방탄장구나 기타 장구류는 다른 정부 조달 기준과 다른 군의 특수성을 반영한 조달 체계를 별도로 도입해서라도 신속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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