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유 위해 마지막까지 힘써"… '왼손 경례' 6·25영웅 웨버 대령 추도식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에서 열린 6·25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의 추도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조전을 대독했다. [국가보훈처 제공]

한국전쟁에 참전해 팔과 다리를 잃었지만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고 윌리엄 웨버 미군 예비역 대령의 추도식이 22일(현지시간) 열렸다.

웨버 대령은 지난 9일 97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추도식은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의 '레스트헤이븐 추모공원'에서 유족과 지인, 참전용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이수혁 주미대사가 추도식에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각각 조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황 처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한국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었지만, 하늘로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 한국전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힘써 주신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웨버 대령은 18세 때인 1943년 입대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육군 187 공수부대 소속 장교(대위)로 한국 땅을 밟았다.

1951년 2월 강원도 원주 전투에서 중공군과 342고지를 놓고 혈투를 벌이던 중 수류탄에 오른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그런 뒤에도 30년 가까이 현역 군인으로 계속 복무하다 1980년 예비역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후에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을 맡아 6·25전쟁의 의미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1995년 미국 워싱턴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세워지는 데 기여했고, 기념공원 내에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 사업에도 앞장섰다.

고인은 참전기념공원에 세워진 '19인 용사상'의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했을 때 '왼손 경례'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한 고 윌리엄 웨버 대령(왼쪽). 한국전쟁 당시 오른팔을 잃은 그는 왼손으로 경례를 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조전에서 "지난해 추모의 벽 착공식 때 뵈었던 강건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인이 보여주신 용기와 고귀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고인을 포함한 미국 참전용사의 피와 눈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굳건히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조전에서 "웨버 대령의 용기와 희생은 한국의 영토와 자유 수호에 크게 기여했다"며 "전역 후에도 전 세계가 한국전쟁을 잊지 않도록 하는 데 헌신했다"고 평가했다.

또 "웨버 대령의 고귀한 용기와 희생은 한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며 "이 토대 위에서 양국 국민의 강력한 연대와 우정으로 굳건해진 한미 동맹은 계속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7월 완공될 예정인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 3만6000명과 카투사 8000명 등 약 4만4000명의 이름이 새겨진다.
"한국전쟁은 미국 역사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했던 웨버 대령은 2014년 제2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상했다.
비록 고인이 추모의 벽이 다 세워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완성 단계에 이른 사진을 보며 흡족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동맹재단은 고인의 자서전 발간,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하는 한편, '웨버 대령상'을 제정해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고인은 여름쯤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