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5억1600만명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방문했다. 하루 평균 31만 1800명에 달한다. 매일 670건의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청원건수는 110만8471건에 달한다. 그리고 2억2900만명이 청원글에 ‘동의’를 표했다. 이중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284건의 청원에 대해선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답했다.
지난 20일 청와대가 밝힌 국민청원 게시판의 운영 결과다. 청와대는 이러한 결과를 공개하며 “국민청원을 통한 국민의 목소리가 법개정과 제도 개선의 동력이 됐다”고 자평했다.
실제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 영상을 유통시킨 이른바 ‘N번방 사건’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요구’ 청원 등 국민청원이 관련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등 국민청원의 성과는 분명히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8월 국민청원 3주년 메시지를 통해 “소홀히 해왔던 것들이 국민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고, 2021년 4주년 때는 직접 청원에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운영 초기 국민과 정부와 소통창구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중반기 이후 정치 진영간의 세 대결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기가 된 사건은 2019년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갈등이 불거졌던 2019년 8월 국민청원 게시판엔 “조국 사건 수사 관련 기밀 누설죄로 윤 전 총장을 처벌해달라”는 관련 청원이 처음으로 게시됐다. 이후 여론은 좌우로 갈라졌고, '조국 임명 찬성'과 '조국 임용 반대' 등 맞불 청원으로 대결을 벌였다. 이후 이어진 ‘추미애 해임 찬반’, ‘문재인 탄핵과 응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해체’ 대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 등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러한 청원들은 매번 진영간 ‘동의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대결장이 됐다.
추미애 해임(33만5181명)과 추미애 재신임(41만9239명), 윤석열 처벌(48만1076명)과 윤석열 징계 철회(33만3469명), 문재인 응원(150만4597명)과 문재인 탄핵(146만9023명), 한국당 해체(183만1900명)와 민주당 해산(33만7964명), 조국 임명(75만7730명)과 조국 특검(18만3173명) 등의 맞불 청원을 놓고 양진영은 ‘총동원’에 가까운 대립을 보였다.
N번방 사건 관련 청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 역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183만1900명), 문재인 대통령 응원(150만4597명), 문재인 대통령 탄핵 촉구(146만9023명) 등 조국 사태의 연장선에서 나왔던 청원들이다. 이후로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패스 찬반 청원, 의료계 파업, 젠더 문제 등을 놓고 양진영이 극단적 대립의 장으로 활용됐다.
국민청원이 오히려 국민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자, 청와대는 2019년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만 노출되도록 운영방식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시무 7조’ 은폐 논란 등 정부 비판글만 숨기는 것 아니냐는 또다른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다음달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가 도입했던 국민청원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청와대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운영해온 민원 제안 창구를 통폐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마련해 대통령실에 둘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새 국민청원의 구체적 운영방식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