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투어 시켜줄게”…재택 끝난 ‘코로나 사번’ 맞이하는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2022.04.23 08:00

지난해 9월 한 제조기업에 입사한 윤모(29)씨는 최근 때늦은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다. 회사 측 방역지침 때문에 7개월간 재택근무를 해온 윤씨는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첫 출근이 늦어져 아직 사무실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원들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사무실 투어’도 진행했다고 한다. 윤씨는 “입사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비품실이나 휴게실 위치를 몰라 애를 먹었다. 사수가 회사 이곳저곳을 직접 데리고 다니며 안내해줘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20년 이후 입사한 이른바 ‘코로나 사번’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계기로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아직 재택근무가 익숙한 사원들의 대면 업무 적응을 도우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10명 중 6명이 재택으로 첫 출근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퍼지자 기업들은 회사 문을 걸어 잠그고 사원들의 재택근무를 독려해왔다. 이에 첫 출근을 사무실이 아닌 집으로 하는 신입사원이 많아졌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2020년 4월 이후 1년간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 425명 중 58.8%가 재택근무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금융기업에 입사한 한모(28)씨는 “신입사원 연수는 고사하고 6개월간 입사 동기들 얼굴을 화상으로만 봐야 했다. 최근 사무실로 출근해서 동기들 실물을 보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초 한 중견기업 신입사원이 된 정모(27)씨도 지난주 입사 석 달 만에 ‘첫 출근’을 했다고 한다. 정씨는 “출근 첫날 같은 팀 상사부터 시작해서 사내 임원들에게 돌아가며 늦은 입사 신고를 했다. 인사팀에서도 사무실 공간을 안내하는 자료를 보내줬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모두 해제된 18일 점심시간에 서울시청 인근 거리가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모두 해제된 18일 점심시간에 서울시청 인근 거리가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새 잊은 대면 업무

코로나19로 드물어진 대면 업무 상황에서의 격식 등을 재교육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2~3년 차 사원들이 입사할 때 배웠던 ‘비즈니스 매너’를 다시 가르쳐달라는 요구가 늘어서다. 업무가 비대면으로 대폭 전환되자 입사 초기에 교육받았던 대면 업무 요령을 잊어버린 사원이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전자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최모(38)씨는 “거래처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할 때나 차량에 동승할 때 어찌할 줄 모르는 젊은 사원이 종종 있다고 한다. 희망자에 한해 회사 차원에서 재교육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전면 재택근무가 종료된 서울 강남구 포스코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후 전면 재택근무가 종료된 서울 강남구 포스코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 유지

그간 자체적으로 엄격한 방역지침을 시행해온 대기업들도 재택근무 비중을 줄이면서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장인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이달 초 재택근무를 종료하면서 모든 임직원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LG 계열사들도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재택근무 비율을 50%에서 30%로 줄였다. 곳곳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는 식으로 절충안을 찾은 기업도 적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별개로 재택근무를 유지하길 바라는 직원이 늘면서 일부 기업은 전면 출근을 유예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본사 직원 47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주 5일 전면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이 4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선택한 직원은 2.1%에 불과했다.

다만 대면 업무가 불가피한 업계에선 직원을 한시라도 빨리 회사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건 이해하지만, 업무 효율을 따졌을 때 그간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회사가 직원들 눈치만 볼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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