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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현수막 단 가로등 쓰러져 차량 파손…3100만원 누가 배상?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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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1일 서울 강동구의 한 번화가 사거리에서 가로등이 쓰러지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5차선 대로를 달리던 차량 두 대가 이 가로등에 부딪혀 파손합니다. 쓰러진 가로등에는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이들의 선거 현수막 3장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죠.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이들 현수막은 바람을 받아 팽팽하게 나부끼며 지지대인 가로등을 잡아당깁니다. 경찰은 강풍 탓에 일어난 사고로 봤습니다. 해당 차량 운전자들은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수천만원 상당 재산 피해를 보게 될 처지에 놓였죠.

지난 2월 21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사거리에서 강풍에 가로등이 쓰러져 차도를 지나던 차량 2대가 파손됐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1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사거리에서 강풍에 가로등이 쓰러져 차도를 지나던 차량 2대가 파손됐다. 연합뉴스

20대 총선이 치러진 2016년 4월 17일 부산 남구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납니다. 당선자(당시 새누리당 김정훈)와 낙선자(더불어민주당 이정환)의 인사 현수막이 나란히 내걸린 가로등이 강풍에 쓰러지며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습니다.

[그법알 사건번호 24] 선거현수막 단 가로등 쓰러져 재산피해...후보·지자체·선관위 누구 책임?

차주 입장에선 그야말로 날벼락과도 같았던 이들 사고는 어떻게 처리됐을까요? 부산 사고의 경우 나름대로 훈훈한 결말을 맞습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양 후보가 사과의 뜻을 전하며 수리비 200여만원을 절반씩 부담했거든요.

최근에 일어난 강동구 사고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강동구는 무더기로 매달린 현수막 탓에 풍압을 받은 가로등이 쓰러진 사고라고 봤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후보자 또는 정당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3100만 원을 물어준 주체는 강동구였습니다. 가로등은 지자체가 관리해야 하는 영조물에 속하고, 영조물 보험에 가입돼있었기 때문에 보험금으로 변상했다는 게 강동구 측 설명입니다.

여기서 질문!

선거 현수막 탓에 발생한 차 사고인데, 왜 책임 주체는 달랐던 걸까요? 만약 다가오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비슷한 사고로 차나 사람이 다치면 피해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까?

관련 법률은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은 광고물 관련 사안을 규정합니다. 그 근거는 ▷아름다운 경관과 미풍양속 보존 ▷공중에 대한 위해 방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입니다. 이 법에 따라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가로등에 매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법 8조가 정한 예외적 허용 대상엔 '국민투표에 관한 홍보를 위한 설치'가 포함됩니다. 국민투표 유권자인 시민에게 선거관련 사항을 알리려고 현수막을 붙이는 건 허용해준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도 기준이 있어요. 공직선거법 67조를 보면 후보자는 선거구 읍·면·동 수의 최대 2배 수량으로 현수막을 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부 내용이 나와 있는 중앙선관위규칙을 보면 현수막 규격, 게시 방식은 규정하지만 '장소'에 대해선 특별한 내용이 없습니다. 현수막이 도로를 가로지르거나, 다른 후보의 현수막 혹은 신호등·안전표지 등을 가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이게 선거 때마다 눈에 잘 띄는 대로변 가로등에 선거현수막이 무더기로 내걸리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현행법은 선거현수막으로 인한 사고 책임 영역도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선거현수막이 주로 가로등을 지지대로 삼는 까닭에, 원칙적으로 가로등 관리 책임을 띠는 지자체만 애먼 속을 끓이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서울시는 최근 초유의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후보자 측이 가로등에 걸 수 있는 선거현수막 개수를 2개, 높이를 5m로 제한하고 현수막에 바람구멍(지름 12㎝ 이상 3개)을 내도록 해보자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시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검토안이 마련되면 중앙선관위 측에 협조를 구해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조계 의견은

서울시가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것 자체는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법무법인 소백 황정근 대표변호사는 "유사한 사고와 피해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서울시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일로 보인다. 시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법무법인 창과방패 이민 대표변호사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면 현행법상 피해자는 보상을 위해 소송을 감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후보자와 지자체, 선관위 가운데 누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해야 할지부터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불의의 피해를 볼 수 있는 시민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지자체와 선관위가 긴밀히 협조해 선거현수막 게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입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자칫하면 법이 규정하는 것 이상의 제약을 설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서울시가 검토안을 정리해 논의를 요청하면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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