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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예술입니다" 개콘 떠난뒤 750만명 웃긴 '코미디 덕후' [별★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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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터뷰

750만명. 장삐쭈, 피식대학, 숏박스 등 6개 코미디 채널들의 구독자 수 총합이다. 이들 채널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개그콘서트’ 등의 폐지 후 코미디의 부흥을 이끌고 있단 점, 둘째는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 소속이라는 점이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수백만의 구독자를 거느린 이들 인기 코미디 채널을 세상에 내놓은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를 만났다.

“기획사도 MCN도 아닌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메타코미디는 지난해 7월 1일 설립된 ‘코미디 레이블’이다. 콘텐트 기획·유통·매니지먼트를 한다. 정 대표는 기획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김갑생할머니김’이라는 아이템도 그와 함께 만든 아이디어다. ‘매드몬스터’에서는 소속사 사장 ‘대디’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재능 있는 코미디언들을 적극적으로 유튜브로 끌어낸다. ‘피식대학’이라는 작명에도 그의 생각이 들어갔다. 홍대 등에 있는 코미디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던 공채 코미디언들에게 “2030을 위한 코미디 유튜브 채널이 없으니 우리가 해 보자. 채널 이름에는 ‘대학’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면서 피식대학이 탄생했다.

지난 1월 피식대학 사무실에서 '피식대학' 팀과 정 대표가 '빵송국'의 콘텐츠 중 한 장면을 인쇄한 티셔츠를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티셔츠 속 장면은 코미디언 이용주 씨(사진 가운데 아래)가 분한 '부캐'인 뮤지컬배우 이이삭이 헤드윅으로 연기하는 콘텐츠의 한 장면이다. [사진 정영준 대표 제공]

지난 1월 피식대학 사무실에서 '피식대학' 팀과 정 대표가 '빵송국'의 콘텐츠 중 한 장면을 인쇄한 티셔츠를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티셔츠 속 장면은 코미디언 이용주 씨(사진 가운데 아래)가 분한 '부캐'인 뮤지컬배우 이이삭이 헤드윅으로 연기하는 콘텐츠의 한 장면이다. [사진 정영준 대표 제공]

정 대표는 어느 날 우연히 작은 소극장에서 두 코미디언의 공연을 보았다고 했다. 그들의 천재성을 발견한 정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지금의 ‘빵송국’이 됐다.

‘코미디 레이블’은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사와 비슷하게 광고료 등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맞는 파트너만 만난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는 방송사 소속 코미디언으로 있을 때보다 몇 배에서 많게는 몇십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프렌즈’만 40번은 봤죠…쌓인 데이터가 직관 만들어”

 메타코미디 소속 유튜브 채널 '숏박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케치 코미디가 인기를 끌며 5개월만에 148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출처 유튜브 캡쳐]

메타코미디 소속 유튜브 채널 '숏박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케치 코미디가 인기를 끌며 5개월만에 148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출처 유튜브 캡쳐]

채널의 성공을 이끄는 비결에 대해 정 대표는 “모든 직관은 데이터”라고 말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프렌즈’, ‘오피스’ 등 시트콤을 시즌마다 40번씩 돌려 볼 정도로 소문난 ‘코미디 오타쿠’다. 각국의 코미디들을 섭렵하면서 얻은 인간형에 대한 데이터가 코미디를 성공시키는 ‘재능’의 실체다.

그는 “편집증 걸린 사람처럼 영상을 보다 보니 코미디언들이 극을 하는 걸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얘 이런 거 하면 잘하겠다’하는 식으로 생각이 연결된다”고 말했다.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러면서 “100%를 웃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 코미디를 만들면 안 웃기는 영상이 나오고, 소수를 웃기는 영상을 만들면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며 “이러한 ‘그래프’에서 중점이 어디인지를 찾아 나서는 게 코미디의 딜레마이자 숙명이고 재미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코미디가 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을까. 정 대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주말이면 무조건 봐야 했던 ‘쓰리랑 부부’, ‘유머일번지’ 같은 콘텐트가 있지 않았냐”며 “최근 5년만 빼면 코미디는 킬러 콘텐트였다. 코미디의 인기는 당연히 회복될 것이고 이미 회복의 중간에 있다”고 했다.

“건축만 있으면 이슬만 먹고 살 수 있어.”

지난 10월 피식대학 사무실에서 '피식대학' 팀과 정 대표가 '임플란티드 키드'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디 10'에서 탈락한 것을 기념해 탈락 장면이 담긴 티셔츠를 맞춰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임플란티드 키드'는 코미디언 김민수 씨의 '부캐'다. 정 대표는 ″저희가 서로 놀릴 때 티셔츠를 맞춰 입고 놀린다″고 말했다. [사진 정영준 대표 제공]

지난 10월 피식대학 사무실에서 '피식대학' 팀과 정 대표가 '임플란티드 키드'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디 10'에서 탈락한 것을 기념해 탈락 장면이 담긴 티셔츠를 맞춰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임플란티드 키드'는 코미디언 김민수 씨의 '부캐'다. 정 대표는 ″저희가 서로 놀릴 때 티셔츠를 맞춰 입고 놀린다″고 말했다. [사진 정영준 대표 제공]

코미디계의 큰형인 정 대표가 청춘을 바쳐 사력을 다해 공부한 건 원래 건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내 건축가’의 삶은 사막이었다. 주말은 물론 설이나 추석도 쉬지 못했다. ‘아프다, 청춘이구나’ 하며 살았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다. 번아웃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이었다. 29세 젊은 건축가는 사표를 던졌다. 마침 CJ그룹 공채가 열렸다. 요강을 훑어보다 CJ ENM이 눈에 들어왔다. ‘방송’, ‘콘텐트’, ‘기획’.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구보다 코미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건축회사 탈출 후 ‘걸레짝 버리듯’ 맡겨진 코미디 마케팅

“어, 너 코미디 좋아해? 잘 됐다. 우리 팀에 코미디 좋아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

입사한 그에게 걸레짝 버리듯 코미디 프로그램 마케팅 업무가 주어졌다. 트위터가 주류이던 시절 페이스북에 진출해 보란 듯이 인기를 끌었다. 기업들이 마케팅 강연을 청했다. 그때 맡은 프로그램이 SNL 시즌2였다.

유병재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 캡처 [출처 유튜브 캡처]

유병재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 캡처 [출처 유튜브 캡처]

이후 두 번의 이직을 더 했다.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블랙코미디'와 'B의 농담' 등 스탠드업 코미디를 기획했고,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코미디 크리에이터를 육성했다.

그는 “결국 ‘여기는 어떨까? 여기도 아니네’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내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들의 커리어에 집중한 ‘코미디 레이블’을 구상했다. 지난해 6월 말 네 번째 퇴사하고 7월 1일에 법인을 설립했다.

코미디는 ‘까꿍’ 같은 것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는 ‘메타코미디’의 목표는 코미디가 촌스럽게 인식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코미디로 ‘평천하(平天下)’하는 게 그의 목표다. “코미디가 우리 인생에서 큰 역할을 하는 무언가라는 걸 계속 알려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코미디가 예술이냐고 물으면 묘하게 대답이 오래 걸려요. 당연히 예술이거든요. 너무 쉽잖아요. ‘왜 고민을 하지?’하고 불만이 많았습니다.”

정 대표는 “코미디의 역할은 아기들의 ‘까꿍’ 같은 것”이라며 “나이를 먹어 더는 ‘까꿍’이 웃기지 않은 즈음에 최불암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가 ‘까꿍’의 역할을 한다. 그게 웃기지 않으면 또 다른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와의 별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와의 별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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