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대모비스도 격려금 받는대”…6만 계열사 직원 '올레' 터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초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초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모비스가 전 직원에게 1인당 400만원의 격려금·독려금을 지급하기로 한 지난 20일.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현대차그룹에 재직 중인 6만여 명의 다른 그룹사 직원도 덩달아 신이 난 모습이었다.

폐쇄형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비롯한 각종 현대차그룹 관련 웹사이트에는 “축하한다” “고생했다” 같은 게시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현대차·기아가 비슷한 격려금을 받을 때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서울 역삼동 SI타워에서 현대모비스 노동조합이 진행한 상경시위. [사진 현대모비스 노조]

서울 역삼동 SI타워에서 현대모비스 노동조합이 진행한 상경시위. [사진 현대모비스 노조]

[현장에서] 현대차그룹 특별격려금 둘러싼 내홍

보너스 지급을 둘러싼 현대차 계열사 간 내홍의 발단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요 대기업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과급 산정기준과 규모를 문제삼던 때였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성과급이 낮다”며 불만이 터져나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한 것에 비해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해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지난해 7월 임금·단체협상 타결 이후 현대차·기아 직원 10만여 명은 1000만원 이상의 보너스를 받았다. 여기에는 품질향상·재해예방 격려금 명목으로 받은 현금 230만원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11월엔 일부 사무·연구직 간부 직원이 152억원의 특별 포상금을 받았다. 현대차 직원 2402명, 기아 645명이 각각 500만원씩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는 또 다시 돈다발을 풀었다. 지난달 초 전 직원에게 직급과 직무에 관계없이 ‘코로나19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1인당 400만원을 지급했다.

현대모비스 재직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폐쇄형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업로드한 글. 현대차와 기아에 지급한 400만원의 격려금을 '갈라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 블라인드 캡처]

현대모비스 재직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폐쇄형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업로드한 글. 현대차와 기아에 지급한 400만원의 격려금을 '갈라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 블라인드 캡처]

완성차 직원들은 신이 났지만 계열사 직원들은 달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는 “현대로템 경영실적은 연결재무제표상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의 실적으로 반영된다”며 “현대차 실적은 현대로템 종업원이 함께 만들어온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며 현대차·기아와 동일한 수준의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아예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울산·창원·진천 공장 노조원이 서울 역삼동 본사까지 몰려들었다. “똑같이 공채로 들어왔는데 일부 현대차 직원이 계열사 직원에게 갑(甲)처럼 무례하게 행동하는데 성과급까지 차등 지급 받아야 하나”라며 “차라리 부품도 현대차가 만들라고 하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온라인에서도 들끓었다. 현대글로비스의 한 직원은 블라인드에서 “차체 프레임은 현대제철이 만들고, 부속품은 현대케피코·현대위아·현대트랜시스가 만들며, 완성차는 현대글로비스가 옮긴다”며 “400만원은 아니더라도 성의를 보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보다 더 실적이 좋은 계열사 직원은 ‘공정’과 ‘형평성’을 부르짖었다. 현대제철은 2020년 대비 지난해 영업이익이 325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178%)·기아(145.1%)보다 증가율이 훨씬 높다. 현대제철 노조는 성명서에서 “24시간 고열, 분진, 소음 속에서 사투한 끝에 현대제철은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실적에 대한 공정한 분배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9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2층 대강당에서 타운홀 미팅을 마친 후 임직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9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2층 대강당에서 타운홀 미팅을 마친 후 임직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 격려금 잔치에 상대적 박탈감

이런 상황에서 현대모비스가 비(非)완성차 최초로 격려금을 받아내자 다른 계열사는 축제 분위기가 된 것이다. 격려금 지급을 두고 협상 중인 다른 계열사에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현대모비스가 직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현대차·기아와 같은 수준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애초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보다 다소 적은 금액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반발에 부딪히자 일부 금액(3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 뒤, 나머지는 상품권이나 주식을 지급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룹사 전 계열사가 일제히 400만원을 요구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게 익명을 원한 현대차그룹 관계자의 추정이다.

현대차 양재동 사옥 [사진 현대차]

현대차 양재동 사옥 [사진 현대차]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모비스 직원은 완성차 계열사와 완전히 같은 금액을 받게 됐다. 이를 두고 그룹사 직원들은 “그간 계열사 직원은 연봉이나 처우, 복지는 물론 사소한 혜택도 대부분 현대차보다 낮았다”며 “단지 400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향후에도 현대차·기아와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계기를 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인사파트 관계자들의 해석은 다르다고 한다. 현대모비스 지급 총액은 인당 400만원이지만, 특별격려금은 인당 300만원으로, 현대차(400만원)와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추가로 지급하는 100만원은 ‘격려금’이 아니라, 창립기념일(7월 1일)을 맞아 자체 성과 창출을 독려하기 위한 별개의 ‘목표달성독려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완성차 계열사가 부품 계열사를 차별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 현대차·기아만 특별대우를 받던 관행을 현대모비스가 깨뜨렸다는데 계열사 직원이 주목하고 있다”며 “이번 격려금 사태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사내 갈등·차별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