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檢선거수사 폐지 합의에 "정치인들 야합""지방선거 손놓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야 원내대표가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전격 합의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범죄 수사권을 박탈한 대목에 특히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창민(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저는 공안검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당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관기관 간담회 등 선거범죄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직접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어떤 자격으로 준비를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6대 범죄에서 4대 범죄만 삭제하는 게 이해가 안 되고, 특히 선거 사건은 검찰의 직접 수사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고발을 검찰에 접수하는데, 접수할 때 경찰서로 안내해드려야 하냐”고 지적했다.

김후곤(25기) 대구지검장도 검찰 내부망에 “선거 범죄는 초단기 시효 문제, 선거운동의 복잡한 법리 문제 등 어렵고 실수도 많은 범죄”라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수사를 못 하게 하면 그 혼란을 어떻게 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하다. 당초 3개월이었지만 1994년 6개월이 됐고, 이후 24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대다수 국가는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우리가 법을 차용한 일본의 경우도 1962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단기공소시효 규정을 삭제했다.

선거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선거 사범에 대한 단기 시효를 둔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만약 경찰이 5개월여 수사를 하다가 미진한 상태에서 검찰로 송치할 경우 검찰은 뻔한 사건도 시간관계상 증거수집을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혐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은 정치인만을 위한 법안일 뿐 아니라 향후 부정선거 사건 수사를 할 수 없게 만든 법안”이라며 이제 정치인들만 발 뻗고 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선거범죄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현재도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까지 이어지기 상당히 까다롭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전 지사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지만, 공직선거법 혐의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당시 김 전 지사가 드루킹 특검 일당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이 2018년 지방선거와 관련됐다고 판단하지 않고 2017년 대선 과정에서의 보답 내지 대가로 봤다. 대선 과정에서의 대가성이 인정됐지만,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건 이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지나서다. 드루킹 특검은 대선보다 1년여가 지난 2018년 6월에 출범해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가 도과하기 전 기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드루킹 특검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이번 중재안 합의에 “정치인들의 야합”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 수사 때 2017년 대선과 관련됐다고 공소 제기를 하지 못한 것은 공소시효가 지나게 되기 때문”이라며 “공소시효가 짧은 선거범죄 특성상 검사의 직접 수사가 불가능할 경우 범죄가 사장될 가능성이 높아 정치인만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안통으로 꼽히는 한 부장검사는 “지방선거 사범은 통상 4000~5000명 정도인데 언제 수사해서 기소해야 하나”라며 “권력수사를 막는데 여야가 담합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검수완박' 조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문. 중앙포토

박병석 국회의장 '검수완박' 조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문. 중앙포토

이날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는 현재 검찰청법 4조 1항에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한정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2개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 '2개 범죄'로 제한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기관들의 준비가 마무리되면 완전히 박탈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