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경기지사 국민의힘 후보로 김은혜 의원이 확정됐다. 이번 경선은 20~21일 이틀에 걸쳐 모바일·ARS 방식의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50%씩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김 의원은 합산 득표율 52.67%(55.44%에서 현역 의원 5% 페널티 적용)를 기록해 44.56%에 그친 유승민 전 의원을 꺾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선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경기도의 ‘철의 여인’이 되겠다”며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나온다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유 전 의원에 대해서는 “존경하는 선배님과 나란히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유 전 의원의 공약을 경기도 미래에 녹여내겠다”고 말했다.
MBC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2008년 이명박 청와대 대변인을 맡으며 공직에 발을 들였다. 이후 앵커로 복귀했다가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해 의회에 입성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변인을 거쳐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선대위의 공보단장으로 활동했고, 대선 이후에는 윤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다.
초선인 김 의원이 대선주자급 정치인인 유 전 의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윤심(尹心)의 영향력이 입증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유 전 의원이 먼저 출마한 뒤 김 의원이 대변인직을 내려놓고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의중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대선 경선 기간 윤 당선인과 유 전 의원 사이에 형성됐던 갈등 구도가 이런 해석을 부채질했다. 김 의원도 “윤 당선인,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와 환상적인 복식조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경기도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윤 당선인과의 친분을 강점으로 어필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패배에 이어 또다시 쓴잔을 들이키며 정치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유 전 의원의 약점으로 거론돼 온 당심이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많다. 세부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김 의원이 큰 격차로, 여론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이 크게 앞섰다는 후문이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낙선의 변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바보 같이 또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며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 윤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졌다”고 말했다. 이어 “자객의 칼에 맞았지만, 장수가 전쟁터에서 쓰러진 것은 영광”이라며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지사 선거는 윤 당선인의 정권 초반부 명운을 가를 선거로 꼽힌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지방선거의 성패가 경기지사 선거 결과에 달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경기는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대선 출마로 현재 대행 체제인데,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이 이 상임고문에게 5.3%포인트 차이로 밀렸다.
만약 김 후보가 승리한다면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인구수(4월 기준 1350만명)가 많은 경기 지역에 윤 당선인의 측근이 약진하게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 국정 동력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안민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조정식 의원 등 4명이 경기지사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날 인천시장 후보로 유정복 전 인천시장, 경남지사 후보 박완수 의원, 울산시장 후보로 김두겸 전 울산남구청장이 확정됐다. 유 전 시장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 이학재 전 의원을 꺾었고, 박 의원은 이주영 전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김 전 구청장은 서범수 의원, 정갑윤 전 의원과의 3자 대결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17개 시·도 중 대구시장과 강원·제주지사 후보를 제외한 14개 지역의 공천을 확정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