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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30] <CATL>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성장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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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중국 공신부(工信部·공업정보화부)의 2021년 8월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자동차 총판매량은 2531만 대로, 1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중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차 등 신(新)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은 136만 7000대였다. 전년 대비 10.9% 증가한 수치로, 3년 연속 100만 대 이상 판매와 6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중국을 굴복시킨 서구 제국주의가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으로 지배적 힘을 과시했다면 새로운 에너지의 시대는 중국의 것으로 만들 기세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 CATL [사진 셔터스톡]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 CATL [사진 셔터스톡]

이를 상징하는 것이 닝더스다이(寧德時代), 흔히 CATL로 불리는 기업이다. 

엔지니어 출신 쩡위췬(曾毓群·54)이 공동 창업한 배터리 회사 ATL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만 분사해 2011년 설립했다.

10년 남짓 동안 CATL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 떠올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시장에서 CATL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18.4GWh(기기와트시), 전년 동기 대비 158.5% 성장했다. 점유율도 전년 동기 27.5%에서 34.4%로 크게 증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쟁업체인 BYD도 같은 기간 사용량이 256.8% 증가해 점유율 11.9%를 차지하며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거대하게 성장한 중국 내수시장에 힘입은 것이 컸다.

2021년 12월 17일 저장(浙江)성 진화(金華)시에 위치한 신에너지차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2021년 12월 17일 저장(浙江)성 진화(金華)시에 위치한 신에너지차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CATL의 야심은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달 들어 굵직굵직한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15일 인도네시아에 총 60억 달러(약 7조371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설치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구축한다. 현지 국영 광물회사와 배터리 연료인 니켈 광산을 개발한다고도 했다. 17일엔 독일 튀링겐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을 허가받았다. CATL이 18억 유로(약 2조4100억원)를 투자해 2019년 착공, 초기 생산 설비량 8GWh를 시작으로 14G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북미에도 80GWh 생산 설비를 갖춘 공장을 세울 부지를 물색 중이다. BYD, 궈쉬안, EVE 같은 중국 업체들도 해외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국무원이 ‘자동차산업 조정 및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고, 신에너지 자동차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 재정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대도시와 중소도시 정부가 버스·택시 같은 대중교통 분야에서 신에너지 자동차를 우선 채택하도록 했다.

2017년 7월,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비야디 전기차 버스 [사진 셔터스톡]

2017년 7월,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비야디 전기차 버스 [사진 셔터스톡]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0년 BYD가 선전(深圳)에서 첫 전기차 버스를 선보였다. 2011년엔 CATL이 탄생했고. 2015년 말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보유량은 40만 대를 넘어섰다. 2020년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은 136만 대를 기록했다. 2021년엔 상반기에만 120만6000대에 달했다. 이 기간 개인의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량은 76만23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했다. 신에너지 차량 시장이 정부 주도에서 개인 주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중국 정부는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30% 삭감하고 내년엔 아예 보조금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업체 간 경쟁은 한껏 치열해질 것이다. 공상은행 등록 기준, 2020년 중국에서 신에너지 자동차를 경영 범위에 포함한 기업은 20만 곳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기술 혁신과 경영 효율화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살아남는 기업은 세계를 제패할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영역을 넘보고 있다. CATL은 지난해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처음 공개했다. 

기존 배터리 원료인 리튬에 비해 나트륨이 매우 흔한 원소라 40% 이상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만 수명과 효율이 떨어진다. 나트륨 배터리가 유용하게 쓰일 곳은 에너지 저장장치(ESS) 분야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등은 전력 생산이 날씨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해 놨다가 양을 일정하게 공급하는 설비가 ESS다.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중국 입장에서 필수적인 부문이다.

2022년 3월 24일, 작업자들이 허베이(河北)성 싱타이(邢台)시 신허(新河)현에 위치한 한 배터리 업체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2022년 3월 24일, 작업자들이 허베이(河北)성 싱타이(邢台)시 신허(新河)현에 위치한 한 배터리 업체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은 현재 상업화 초기 단계인 ESS 산업을 2025년까지 규모를 갖춘 상업화 응용 단계로, 2030년까지는 전면적 시장화 발전 단계에 도달해 ESS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현지 매체들은 세계 ESS 설치 수요가 2022년 32.7GW(기기와트)에서 2025년 93.2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중국의 ESS 시장은 2030년까지 1조 위안(약 190조원) 규모가 되리라 전망했다. CATL이나 BYD 같은 중국 업체들에겐 또 하나의 대형 먹거리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같은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함께 내건 ‘핵심 기술 및 장비의 자주화’ 등은 외국 업체들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지난 1~2월 SNE리서치 조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해 CATL에 이은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20.7%에서 13.8%로 떨어졌다. 삼성SDI도 사용량은 30.7%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6%에서 3.8%로 줄어들며 5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 속도에 밀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LG가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중국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이란 상투적 수사 외에는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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