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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성장하는 곳에 긴 호흡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 주목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2022.04.22 07:00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 코로나에 대응하는 핵심 방역 조치였죠. 열심히 피해왔던 녀석과 공존을 택한 겁니다.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분위기는 확 달라진 듯. 해외여행을 노크하는 분도 늘고 있습니다. 비행기값 대란이란 소식 들어보셨을 텐데, 항공 스케줄이 아직 평상시로 돌아온 게 아니어서 당분간은 비싼 값을 치러야 할 거 같네요.

괜히 비싼 돈 쓰지 말고, 해외 여행지 대신 해외 투자처를 넓혀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인터뷰를 준비해봤습니다. 투자 안목을 키우려면 국가별 접근법도 중요하죠? 미국은 이제 지겨울 지경(그래도 멈추면 안 됩니다!). 오늘은 베트남·인도네시아로 갑니다. 이 두 나라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한 애널리스트,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수석연구원입니다.

이소연 한투증권 수석연구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투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소연 한투증권 수석연구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투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내에선 동남아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어떻게 두 나라를 담당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전공이 베트남어였어요. 어학연수를 했고, 현지(호찌민) 증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도 있습니다. 2013년 전후 증권가에 글로벌 리서치팀이 많이 생겼고, 그때 합류했죠. 여러 나라를 다루다가 서서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좁혀진 거죠. 예전엔 몇 분 더 있었는데요. 최근엔 이쪽 파트에서 정기적인 자료를 내는 건 저밖에 없는 거 같네요.
살아 봤으니 더 잘 아시겠군요. 여행지로는 유명하지만 두 나라의 경제에 대해선 잘 모르는 분이 많은데요.
빠른 성장과 젊은 인구. 핵심은 이 두 가지죠. 아시다시피 베트남은 이미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이고, 인도네시아는 팜유, 니켈, 보크사이트 같은 원자재 강국인데요.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잠재력도 뛰어납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나라(약 2억7000만명)고, 베트남 역시 약 1억명에 달합니다. 젊은층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빠르게 늘겠죠. 저렴한 인건비와 넓은 소비 시장, 분명 매력이 있죠.

*참고로 코로나 직전 3년 간 베트남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97%, 인도네시아는 5.09%. 특히 인도네시아는 GDP 규모(한국의 3분의 2)가 세계 15위권.

베트남하면 떠오르는 관광지 하롱베이. 셔터스톡

베트남하면 떠오르는 관광지 하롱베이. 셔터스톡

말씀처럼 베트남의 경우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주목을 받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낮은 인건비가 거의 유일한 이유였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좀 변했습니다. 인건비만 보면 미얀마나 라오스가 훨씬 싸죠. 운이 좀 따랐는데요. 일단 2019년 전후 미중 무역분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을 대체해 뭔가를 생산하거나 수입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죠. 중국과 베트남은 육로로 연결돼 있으니 여차하면 원자재를 옮겨서 완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들 한 거죠.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군요.
그렇죠. 미중 무역분쟁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면 코로나19는 현실을 깨닫게 해줬잖아요. 생산기지를 한곳에 두는 게 굉장히 위험하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분산하려고 둘러봐도 사실 중국과 비슷한 제조업 인프라를 갖춘 곳은 동남아에서 그리 많지 않아요. 베트남도 예전엔 주로 옷이나 가방 같은 경공업이 거의 전부였지만 삼성전자의 진출 이후 IT 조립 기지로 격상된 측면이 있거든요. 산업의 고도화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보면 되죠.
상대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제조업 기반이 좀 약한 거로 알려져 있는데요.
베트남 인구가 많지만, 중국을 대체할 정도는 아닌데요. 그런 측면에선 인도네시아가 더 매력적이죠. 하지만 섬 국가(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약 1만8000개!)다 보니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운송 비용도 큰 문제입니다. 또 이슬람 국가(전체 인구의 87.2%)라 라마단 금식이나 금요일 반일 근무 등의 독특한 문화가 있거든요. 생산성 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기. 셔터스톡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기. 셔터스톡

두 나라에서 떠오르는 테마나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요.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현지에선 산업단지 개발, 임대 업체 등이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아무래도 토지의 임차나 인허가 등은 로컬 업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원자재 수출 규제 움직임을 살필 필요가 있는데요. 핵심은 원자재를 그대로 가지고 나가는 걸 최대한 줄이겠다는 겁니다.
완제품 또는 반제품을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려는 목적이겠군요.
그렇죠. 단순 수출만으로는 자국 산업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 매장량과 생산량 1위가 인도네시아거든요. 2019년 니켈 원광 수출 전면 금지 선언을 했는데 결국은 더 필요한 쪽이 움직이게 됩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니(전기차 공장은 얼마 전 준공) 전략이 먹혔다고 봐야죠.
최근 두 나라의 증시 흐름은 어떤가요?
둘 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입니다. 베트남(VN)은 팬데믹 초기 700선까지 밀렸다가 1200선까지 단숨에 회복한 뒤 주춤했는데요. 올해 들어선 1500선을 터치했죠. 최근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조금 물러선 상태고요. 인도네시아(IDX)는 2020년 이후 주요국 증시가 랠리를 했을 때도 잠잠했는데요.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올해 3월엔 7000선을 돌파했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셔터스톡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셔터스톡

장기적으로 매력은 있는 거 같은데 금리 인상기라 신흥국 투자는 좀 위험한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요.
이전 사례를 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죠. 하지만 달라진 건 있습니다. 일단 두 나라의 경제가 좀 더 탄탄해졌는데요. 2013년 긴축 때와 비교하면 외화보유액 등 여러 측면에서 안정감이 있어요. 현재 인플레이션도 충분히 통제 목표 내에 머물고 있습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게 큰 걱정일 텐데 사실 지금은 팬데믹 이후 빠져나간 돈이 돌아오지도 않은 상태거든요. 대규모 자금 유출 같은 걸 걱정할 상황은 아니란 거죠.
‘수급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여러 형태의 돈 풀기가 이어졌는데요. 쓸 데가 딱히 없으니 이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죠. 거래 계좌 수나 거래 대금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베트남에선 한국의 동학개미처럼 코로나 이후 주식을 시작한 이를 지칭하는 용어(F0, 확진자와 가장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격리 기간 딱히 할 일이 없어 주식을 시작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함)가 생겼을 정도죠. 많이 늘었다고 해도 아직 인구수 대비 계좌 수는 4% 정도인데요. 한국의 닷컴 버블이나 펀드 붐 초기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신흥국 중에서도 특히 두 나라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요.
성장성과 안정감을 두루 갖춘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아요. 러시아는 말씀을 안 드려도 아실 거고, 중국은 규제 리스크가 부담스럽죠. 이렇게 하나씩 지워가다 보면 긴 호흡으로 투자할 만한 곳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정도가 남죠.국내 금융회사가 많이 진출해 있어서 투자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소연 한투증권 수석연구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투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소연 한투증권 수석연구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투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환율은 어디에 투자하든 미국을 제외하면 언제나 주의할 점이죠. 또 두 나라가 영어권이 아니다 보니 정보의 비대칭이 불가피해요. 자본시장이 덜 성숙했기 때문에 기업 가치 측정 방식을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죠.
직접 투자가 쉽지 않다는 건 단점 같아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증권사가 한국에 몇 개 없죠. 당연히 수수료도 비싸고, 실시간 매매도 안 되죠. 펀드를 생각해볼 법한데 두 나라만 묶은 펀드(각각은 있지만 극소수) 역시 국내엔 없거든요. 이렇게 본다면 ETF가 가장 합리적인 투자 방법 아닐까 싶어요.

※이 기사는 4월 2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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