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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보상이 서울캠 졸업장이냐" 한국외대 통폐합 갈등

중앙일보

입력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구성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인 학사 구조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뉴스1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구성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인 학사 구조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뉴스1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경기 용인에 위치한 글로벌캠퍼스간 유사학과 통폐합 문제를 두고 진통이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19일 한국외대가 학교 통폐합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면서 갈등이 재점화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22일 학교 본부에 반대 서명을 전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조조정 보상으로 서울캠 졸업장 주나"

한국외대는 지난달 17일, 학과장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2023년부터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용인)간 중복학과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대학 8개 학과, 국제지역대학 4개 학과 등 12개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이중 4개 학과를 제외한 영어통번역학부, 프랑스학과 등이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

이달 4일 공개된 구조조정안에는 통합이 완료되면 통폐합 학과 학생에게는 서울캠퍼스 학위가 적힌 졸업증명서를 발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로벌캠퍼스 졸업생이 서울캠퍼스와 동일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의 불만이 터졌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지난 11일 기자회견 열고 "학교는 학과 구조조정을 전면 재논의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서울캠퍼스의 졸업증명서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본질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글로벌캠퍼스의 학우들의 피해 보상 명목이 서울캠퍼스 학우들의 또다른 피해를 낳아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11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11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학교 측은 구성원과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19일 통폐합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공고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학생 요구사항을 듣고 논의하겠다더니 결국 바뀐 것은 없다"며 반발했다. 총학생회는 22일 학교 본부에 반대 서명을 전달할 계획이다. 21일까지 1800명 이상의 서명이 모였다.

학교측 "유사학과 통폐합 불가피"

학교 측은 “(유사학과 통폐합은)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고 학내 구성원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며 “교수,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폐합이 급하게 추진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내년도 입시 관련 정보 변경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외대 전경

한국외대 전경

학생들은 유사·중복학과 문제 해결에 공감하면서도 학교 측이 내놓은 구조조정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캠퍼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1462명 중 85%가 “유사중복학과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안이 공개된 후에는 1677명 중 45.7%로 하락했다.

본분교 통합 갈등, 학과 통폐합에서 재점화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는 과거 '분교'로 설립됐지만 2014년 본분교 통합이 된 이후에는 '이원화 캠퍼스'다. 당시에도 본분교를 통합하면서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그때부터 묵혀있던 갈등이 이번 학과 통폐합에서 재차 불거진 것이다. 한 서울캠퍼스 졸업생은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지만 용인 출신을 같은 학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외대는 캠퍼스 통합 승인을 받기 위해 서울캠퍼스와 유사한 글로벌캠퍼스의 학과들을 특성화해 운영한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10여년만에 학과를 다시 통합하려고 하자 학생들 사이에선 “학과 간 커리큘럼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통폐합 갈등은 한국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령 인구가 급속하게 줄면서 대학들은 재정난을 해결할 대책으로 학과 통폐합을 내놓고 있다. 부산대도 사범대학의 독어교육과와 불어교육과를 인문대학의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로 각각 통합하는 계획을 내놔 갈등을 빚었다.

통폐합에, 김인철 전 총장 논란까지…혼란의 외대

학교와 학생들은 유사학과 통폐합 문제가 양 캠퍼스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20일 양 캠퍼스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전달할 합동 요구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만한 합의를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외대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서울캠 졸업장을 ‘날먹(날로 먹는다)’하려 한다” “글캠 학생만 보면 의심부터 들 것 같다” “글캠 아무 생각 없었는데 싫어졌다” 등의 글이 수십 개가 올라왔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22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양 캠퍼스 갈등만 조장하는 졸업증명서와 복수전공제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모든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이 윤석열 정부의 첫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과거 학내 갈등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총장 재임 시절 학생들에게 "가만 있어", "내가 니 친구냐" 등의 발언을 하고 고위공무원이나 기업 대표 등 자녀를 조사하기 위한 이른바 '금수저 조사'를 하려 했다는 의혹 등을 받았다. 그러면서 한국외대 학생들이 만든 '김인철 어록'도 재차 주목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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