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것 같지? 지는 거다" 문희상, 탈당 꼼수 민주에 일갈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2.04.22 05:00

업데이트 2022.04.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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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쥐 잡다가 쌀독 깨는 거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171석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움직임을 속담 한 줄로 표현했다. 21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문 전 의장은 “정치의 본질은 지면 이기는 것”이라며 “이렇게 고집 부리고 무리하면 민심이 떠난다.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버림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언론관련법 강행 시도 국면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만났을 때도 문 전 의장은 같은 속담을 썼다. 그는 “당시 막판에 진보ㆍ보수 가릴 것 없이, 진보적 시민단체와 언론단체까지 모두 나서 브레이크를 걸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여ㆍ야 극한 대립의 출구를 마련할 키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이라고 지목한 문 전 의장은 “대통령과 다음 대통령이 만나 흉금을 트면 바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데 왜 그걸 꺼려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 5월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 5월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검수완박 추진 과정 어떻게 보고 있나
“하하. 에휴….걱정돼요”
자당 의원 탈당이라는 방법까지 썼다. 민주당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원칙에 있어 민주당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수사ㆍ기소 분리라는 것은 고(故)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기를 거치면서 세워진 원칙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어느 정도 합의가 도출돼 현재처럼 6개 중대범죄에 대해선 검찰 수사권을 인정하는 타협이 이뤄진 상태다. 원칙대로 잘 온 것이다.막판에 별안간 이렇게 서로 막가는 분위기가 된 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윤 당선인의 검찰 수호의 의지가 극적으로 표현되면서 민주당과 그 지지층이 ‘이제 진짜 검찰 공화국이 되는구나’‘이렇게 되면 문재인ㆍ이재명 다 죽는구나’라고 느끼게 된 거다.”  
의장이던 2019년 패스트트랙 입법 때와는 뭐가 다른가.
“그때는 대의 명분이 있었다. 비례성 원칙에 가장 충실한 선거법 개정을 위한 것이었고, 공수처 도입 등도 여론의 지지가 높았고 야당의 반대가 정략적이라는 인식이 공유돼 있었다. 완전치는 않지만 국회의장이 매개가 돼 ‘4+1(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대안신당)’ 협의체라는 협치 모델이 작동했다. 의장 공관으로 각 대표들을 수시로 불러 대화했다.느닷없이 한 게 아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 이후 그것을 무력화하는 기술도 발달했다.  
“아무리 큰 흐름에서 명분이 있는 목표이더라도 그걸 처리하는 방식이 누가 봐도 꼼수인게 분명하면 이기는 거 같지만 지는 거다. 꼼수는 혐오감을 부른다. 외형적으로 합법이더라도 도덕과 상식에 반하는 게 더 무서운 거다. 국민이 다 보고 있다. 법에 의한 판단은 민심의 파도를 넘지 못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성 당원들의 압박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그게 두려워 정치를 한다면 당장 때려쳐야 한다. 역사와 국민이 무서운 거지 그들이 뭐가 무섭단 말인가.”  
민주당이 국회의장에게 22일 본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박병석 의장이 언론법 때처럼 이번에도 최선을 다할거다.현명한 사람이다.최근 민주당 출신인 전직 의장들, 김원기ㆍ임채정ㆍ정세균 그리고 나까지 박 의장과 한 자리에 모여 의견교환도 하고 박 의장에게 용기도 북돋웠다. 의장의 숙명이다. 의장은 국회법상 법안 처리를 안하려면 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측에 양보선을 도출하는 데 유리하다. 서로 크게 상하지 않을 정도의 명분을 주는 중간안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상황이 변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 갈등이 한창이던 2019년 11월21일 심상정 정의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가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정치협상회의에 참석했다. 임현동 기자

패스트트랙 갈등이 한창이던 2019년 11월21일 심상정 정의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가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정치협상회의에 참석했다. 임현동 기자

문제 해결엔 국회의장 역할이 가장 중요한가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총리의 역할도 필요하고 특히 윤석열 당선인의 입장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통령은 역사 앞에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여ㆍ야가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조율할 것도 없이 만나 흉금을 트고 대화하면 바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왜 그걸 꺼려하는지 모르겠다. 현직 대통령은 앞으로 대통령 할 사람에게 애틋하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차원에서 윤 당선인의 태도가 더 안타깝다. 박근혜 전 대통령 만나고 어퍼컷 세리모니 하러 다닐 게 아니라 야권 인사들을 만나러 다녀야 한다. 큰 틀에서 풀어서 서로 신뢰를 회복하면 수사ㆍ기소 분리 문제도 풀 수가 있다. 그런 신뢰가 없으면 정말 큰일난다 큰일나.” 
문 대통령과 총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문 대통령은 국회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원칙에 없는 말을 강하게 주장하지도 않는다. 총리가 나서줘야 한다. 김부겸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양쪽에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재 노력을) 빨리 해야된다. 오늘이라도 해야된다. 아직은 지금 다가오는 끝이 해결일 수도 있다.”  
앞으로 신여(新與)와 거야(巨野) 사이에 비슷한 갈등이 계속될 거 같다.
“양쪽 모두에게 길은 협치 뿐이다. 실마리는 역시 새 대통령에게 있다. 헌법을 못고치더라도 의회에 과감하게 믿고, 총리도 의회에서 추천하게 해야 한다. 노태우 정부, 즉 ‘3김 시대’ 국회의 안건 처리율이 최고였다. 대부분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김대중ㆍ김영삼ㆍ김종필이라는 야당 대표와 허주(虛舟) 김윤환이라는 걸출한 여당 원내총무가 있었고 노태우 대통령은 의회에 다 맡기다시피 했다. 의회주의가 꽃피었고 남북기본합의서, 북방외교의 완성 등의 굵직한 성과들이 나왔다. 김종필ㆍ이한동ㆍ박태준 등 야당 대표 출신들을 총리에 앉힌 김대중의 협치는 외환위기 극복의 동력이었다.지금 위기도 그래야 극복할 수 있다. 난파선 위에서 싸워서 선장이 되면 뭐하나. 배 가라앉으면 다 죽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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