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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위기의 프로야구, 살 길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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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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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거쳐 갔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 축구리그다. EPL은 챔피언스리그 등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출전팀 수를 결정하는 UEFA 협회 계수(Association club coefficients) 순위에서 최근 5시즌 동안 한 번(2019~2020시즌) 빼고 늘 1위였다. 이번 시즌에도 EPL에서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처음부터 지금의 이름은 아니었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답게 1888년 세계 최초의 리그를 출범시켰다. 당시에는 그냥 ‘축구리그(The Football League)’였다. 12개 팀으로 출범한 리그는 점차 몸집을 불렸다. 100년 가까이 지난 1980년대 말에는 30개 팀까지 늘었다. 규모에 걸맞은 수준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경기의 질적 저하가 일어났고 자연히 경쟁력이 떨어졌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특단의 조처를 했다. 91년 20개 팀으로 구성된 새 리그를 출범시켰다. 그게 프리미어리그다. 92년 8월 첫 시즌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관중 774명이 찾은 12일 고척스카이돔. [사진 키움]

관중 774명이 찾은 12일 고척스카이돔. [사진 키움]

저 먼 나라 얘기를 꺼낸 건 위기에 직면한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NC전 관중 수가 774명이라고 해 말이 많다. 히어로즈(키움) 구단 창단 이후 홈 경기 최소 관중이라 한다. 다른 구단을 합치면 2012년 9월 14일 광주에서 열린 KIA-롯데전(649명) 다음으로 적었다고 한다. 키움과 NC, 두 구단이 최근 몇 년간 각종 잡음을 일으킨 데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렇다고 올 시즌 다른 팀 경기 관중이 많은 것도 아니다.

1982년 6개 구단 체제로 출범한 KBO리그는 86년 7구단(빙그레), 91년 8구단(쌍방울) 체제가 됐다. 2011년 9구단(NC)과 2013년 10구단(KT) 창단으로 현 체제가 됐다. 사실 NC 창단 때부터 리그의 외형상 몸집 불리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있었다. 선수 수급과 기량 유지 등에서 능력이 되는지에 관한 우려였다. 코로나19 사태와 젊은 층의 관심사 변화도 영향을 줬을 거다. 리그 경쟁력을 차분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프리미어리그처럼 꼭 팀 수를 줄이라는 건 아니지만 ‘제 살을 깎아낼’ 정도로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프로축구 K리그 최고 팀 전북 현대에도 ‘흑역사’가 있다. 2001시즌 전북은 1승도 못 올린 채 최하위를 맴돌았다. 전주종합운동장이 홈이던 시절이다. 푹푹 찌던 8월 어느 날, 전북 구단 관계자가 푸념했다. “날도 더운데 팬들한테 하드(아이스크림)나 하나씩 돌려야겠네. 500원짜리 해봐야 관중이 500명도 안 되니 25만원도 안 들겠네.” 지난 12일 고척스카이돔 관중 수를 접했을 때 문득 20년 전 그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