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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지도부, “꼼수 정치” 내부 비판 새겨듣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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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앞서 진성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앞서 진성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의원 50명 반대”에도 검수완박 강행

강성 지지층만 보다 국민 마음 잃을 것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입법이라는 벼랑을 향해 기어코 열차를 출발시켰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어제 관련 법안을 논의할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냈다.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소집도 요구했다. 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는 꼼수를 뒀다. 이어 법안 처리를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4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삼은 민주당은 앞으로도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한 ‘꼼수 퍼레이드’를 노출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최연장자가 임시 안건조정위원장을 맡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보다 나이가 많은 김진표 의원을 법사위로 보냈다. 의석 수로 법사위 통과를 밀어붙인 후에는 국민의힘의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강제 종료시킬 계획도 준비 중이다. 무제한 토론을 끝낼 수 있는 180석을 채우지 못할 경우 국회 회기를 짧게 쪼개 토론이 끝나면 곧바로 법안이 상정되도록 하는 ‘살라미 전술’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측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았던 양향자 의원은 “밤을 새우며 법안을 꼼꼼히 본 결과 졸속 법안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한탄했다.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용진 의원 역시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찬성한다면서도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이 자승자박이란 사실은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니냐”고 꼬집었다. 민형배 의원의 탈당을 두고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병욱 의원은 “내로남불 정치, 기득권 정치, 꼼수 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당내 신중론에도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을 동원해 현 여권에 대한 보복성 수사를 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깔려 있다.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들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고소·고발이 이뤄진 사안이나 불법 혐의가 뚜렷한 사안조차 수사기관이 무조건 눈을 감아야 한다는 말인가. 새 정부 들어 무리한 정치 보복성 수사가 이뤄지는지는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에는 강성 지지자 그룹의 영향도 크다고 한다. 의총 등에서 반대 발언을 한 의원 명단이 유출돼 극렬한 비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양 의원이 “민주당 의원 50명은 법안에 반대한다고 보지만 실제 반대 표결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다.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정치는 올바른 판단을 마비시키고 결국 다수 국민의 마음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민주당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