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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드러나는 타이이스타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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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타이이스타젯 방콕 사무실. 고대훈 기자

타이이스타젯 방콕 사무실. 고대훈 기자

‘대통령 사위 특혜 취업’ 의혹 항공사 대표  

검찰, 조사해 놓고 시간 끌다 뒤늦게 시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상직 의원은 자신이 세운 이스타항공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구속돼 있다. 회사를 망치고 노동자 600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임금·퇴직금 600억원도 주지 않아 해고자들은 막일로 생계를 이어야 했다. 반면에 이 의원과 가족들은 법인카드와 리스 외제차로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이 민주당 금배지를 달고 이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2018년 문재인 대통령 딸 가족의 극비 태국 이주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대통령 사위 서모씨는 이스타항공이 지급보증을 서 준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에 고위직으로 채용됐다. 서씨는 항공업 경험이 전무하고 영어가 서투른데도 근 2년간 전무이사급으로 근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 측은 부인하지만 타이이스타는 이스타항공과 한 몸인 정황이 농후해 이 의원이 대통령 딸 일가의 태국 이주를 도왔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이 의원을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자리위원회 위원에 임명했고, 2018년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앉혔다. 더불어민주당도 2020년 총선에서 이 의원을 텃밭 전주에 공천해 금배지를 달게 해줬다. 우연이라기엔 상황이 너무 공교롭다. 이 의원이 어떻게 이런 특권을 누릴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스타항공 노조와 국민의힘은 지난해 타이이스타 의혹에 대해 관련자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중’이란 말만 반복하며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중앙일보 취재 결과 타이이스타 박석호 대표가 지난해 전주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2기가바이트 분량의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은 뒤늦게 그 사실을 시인하고 자금 내역 등 박 대표가 낸 자료를 토대로 조사 범위를 서씨와 이 의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해 놓고도 청와대를 의식해 ‘시한부 기소중지’란 꼼수로 시간을 끌어온 게 아닌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이뿐이 아니다. 박 대표는 검찰 출두 전 주변에 “조사받는 사실을 이상직 의원에게 전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이 보통 관계가 아님을 드러냈다. 또 영업이 중단된 지 오래인 타이이스타는 지금도 방콕에서 매달 900만원 넘는 임대료를 내며 사무실을 운영 중인 사실도  확인됐다. 2년째 비행기 한 대 못 띄워 온 항공사가 어떻게 버젓이 유지되고 있는지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 딸 가족이 철통 보안 속에 태국에 나갔다가 소리 없이 귀국하고, 항공 문외한인 사위가 항공사 고위직에 채용된 미스터리에 대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 문 대통령 퇴임 이후라도 반드시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