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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직인 빠졌다고? 대한항공, 러 세관서 1100억 과징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대한항공이 러시아 관세 당국으로부터 11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2일 인천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를 경유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화물기(KE529편)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관제 당국의 이륙 허가를 받고 출발했다. 하지만 해당 공항 세관으로부터 출항 절차 일부가 누락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출항 전에 받아야 하는 세관의 직인 날인이 생략된 채 이륙했으니 위법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세관은 1년여 뒤인 지난 2월 24일 대한항공에 과징금 80억 루블(부과 당시 기준 약 1100억원)을 부과했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조처가 무리하게 법을 적용한 가혹한 수준의 과징금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러시아 법규에 따라 모든 서류와 데이터를 제출했으며 정상적으로 화물을 통관하고 세관으로부터 전자 문서로 사전 승인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실을 러시아 세관 당국에 수차례 소명했으며 한국 관세청·국토부·외교부 등 유관 부처에서도 당사의 소명을 이해하고 관련 조치에 협조한 바 있다”고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제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러시아 연방 관세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모스크바 항공해상교통 검찰청이 직권으로 세관조치 심사 중”이라며 “앞으로 성실히 소명하고, 행정소송 등 과도한 과징금 처분 취소·경감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 업계에서는 액수가 큰 과징금 부과 조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과징금 부과 시점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일인 2월 24일에 이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방의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한국 기업에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러시아 당국의 의도를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러시아, 중국 등이 종종 과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있어 왔다”며 “과징금이 말도 안 되는 금액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 2022’에 참석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한항공의 인수로 한·미 양국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며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 인수를 진행 중이고, 현재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여객 290만명을 미국으로 수송했고, 팬데믹의 맹습 이후 지난해 기준 대미(對美) 화물 수송량을 90만t 이상까지 늘려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항공이 미국에서 7만5000개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했고 340억 달러(약 42조원) 이상의 항공기와 부품을 미국에서 구매했다고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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