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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히로시마 원폭 2000배 ICBM’ 보여주며 휴전협상 압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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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러시아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맛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이 독창적인 무기는 외부 위협에 맞서 러시아의 안보를 확실하게 보장하고,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재고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오후 3시 12분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에서 발사된 사르맛 미사일이 극동 지역 캄차카반도의 목표에 명중했다”며 “시험 과정을 통해 사르맛 미사일은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맛’.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러시아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맛’.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09년 개발을 시작한 사르맛 미사일은 격납고 발사형 3단 액체연료 로켓형 ICBM으로, 최대 사거리는 1만8000㎞다. 메가톤급 핵탄두를 10개 이상 탑재할 수 있어 위력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2000배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오브젝트 4202’로 불리는 신형 극초음속(HGV·음속의 5배 이상) 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는 사르맛이 미국 텍사스주나 프랑스 정도의 면적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시험발사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미 미국·유럽을 타격할 수 있는 다량의 ICBM을 갖추고 있는 데다, 사르맛 미사일의 개발 사실도 수년째 서방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방 정상들과 우크라이나에 포병 무기 등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 만이다. 또 크렘린 측이 “우크라이나에 명확한 제안이 담긴 평화 협상안을 전달했고 공은 우크라이나 측에 넘어갔다”고 밝힌 날이다. 러시아가 휴전 협상을 말하면서 ‘무력 과시’를 병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시험발사 전 미국에  통보해왔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적 태도에 집중하고 있지만, 통상적인 시험이 미국이나 동맹들에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21일 푸틴 대통령에게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의 나머지 지역은 해방됐다”고 보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저항지인 아조우스탈을 공격하는 대신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아조우스탈에는 준군사조직 아조우 연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군 2000여명을 비롯해 민간인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이 ‘고사 작전’을 강행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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