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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오른 CJ ‘예능정치’…문 지지자도 윤 지지자도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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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방송 분량이 20분이 채 안 됐다. 그런데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도 ‘유퀴즈’ 출연을 요청했으나 제작진이 거부했다”고 주장하면서 “예능이 정치화됐다”는 등 시청자 비판이 쏟아졌다.

20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 윤석열 인스타그램]

20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 윤석열 인스타그램]

탁 비서관은 21일 오전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tvN의 모기업인 CJ를 비판했다. 앞서 같은 날 CJ ENM 측의 “문 대통령 쪽에서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미디어오늘)는 입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 비서관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윤 당선자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적었다. [사진 탁현민 페이스북 캡처]

탁현민 청와대 의전 비서관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윤 당선자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적었다. [사진 탁현민 페이스북 캡처]

탁 비서관은 “지난해 4월과 그 이전에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과 이발사, 구두 수선사, 조경 담당자들의 프로그램(유퀴즈)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며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혀 왔고, 우리는 제작진 의사를 존중해 더는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윤 당선인의 출연이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이었다고 믿고 싶다. 다만 바라는 것은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라며, 앞으로도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만을 제작의 원칙으로 삼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시청자 게시판에 편향 비판 줄이어

이런 탁 비서관의 페이스북 글 내용이 알려지자 ‘유퀴즈’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21일 오전에만 10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선택적 정치 중립 너무 실망스럽다” “이런 식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느냐”는 등 대부분 편향성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윤 당선인 출연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 오후부터 올라온 관련 게시글 수를 합하면 1만여 개에 달한다.

여기에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해 10월 유퀴즈 출연을 추진하다가 제작진의 거절로 출연이 무산된 사실이 알려졌다. 총리실에 따르면 당시 제작진은 ‘코로나19 이후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국민과 소통하고 싶다’는 김 총리 출연 요청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프로그램 성격상 정치인 출연은 곤란하다”고 요청을 거절했다.

유퀴즈 측이 문 대통령과 김 총리 출연은 거부하고 윤 당선인은 출연시킨 배경과 관련해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에게 이목이 쏠린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강 대표는 1989년(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93년 서울중앙지검 검사, 2013년 CJ그룹 법무실장을 거쳐 2020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영화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

과거 보수 정권이 CJ의 진보 색채를 문제 삼았던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tvN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는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풍자하는 내용을 방송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CJ엔터테인먼트(CJ ENM 영화사업본부)가 투자·배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군을 개혁 군주로 그렸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관람한 후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권변호사의 일대기를 그려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2013년 영화 ‘변호인’에 CJ그룹 계열사 CJ창업투자(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점도 거슬렸을 수 있다. 이듬해 ‘국제시장’ 등 보수적 색채의 영화 배급에 나섰으나 CJ가 박근혜 정부에 밉보였다는 이야기가 당시 정치·문화계에 공공연하게 돌았다.

영화 ‘광해’

영화 ‘광해’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만나 ‘CJ의 영화·방송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취지로 불만을 표하고, 이에 손 회장이 ‘죄송하다. 방향을 바꾸겠다’고 답한 사실이 2017년 특검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보수 정부에서 압박을 받았던 경험이 새로운 보수 대통령 당선인 측의 예능 출연 요청을 수용하는 것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선인 18분, 다른 유명인들보다 짧아

이날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쪽도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 방송 분량과 편집에 불만을 표시하는 글을 올렸다.

윤 당선인은 방송에서 최근 일상과 사법시험 준비 및 검사 재직 시절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했는데, 분량은 18분 정도였다. 배우 윤여정(약 50분) 등 다른 유명인에 비해 크게 적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오늘따라 적막한…’과 같은 MC 멘트와 자막 등 평소보다 경직된 느낌의 편집에 대해서도 일부 시청자는 “악의적인 편집이다” “재밌는 컷이 많던데 편집을 왜 이렇게 했느냐”는 비판의 글을 올렸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이 출연한 유퀴즈 150회 시청률(비지상파 유료가구)은 4.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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