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검찰이 21일 “국회에 특위를 만들어 검찰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 개혁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라고 제안했다. 특위를 통해 모든 수사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수사 공정성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날 오후 대검찰청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 건의’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검수완박 관련 검찰 의견을 마련하여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건의드렸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은 내용과 절차 면에서 위헌 소지가 크고 형사절차를 지연시키는 등 혼란케 하는 데다 수사권을 경찰에 독점시키면서 인권침해 등 피해를 줄 수 있어 대안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다.
“각계각층 의견 수렴해 개혁안 만들자”…7개월 이상 소요 전망
무엇보다 국회에 ‘형사사법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대검은 요구했다. 여와 야, 법원, 검찰, 경찰, 공수처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더욱 근본적인 제도 개혁안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대검은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과거 네 차례 제도개혁 때는 항상 국회에 특위를 설치하여 여·야, 법원, 법무부, 검찰, 경찰 등이 참여하는 절차를 거쳤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압도적으로 검수완박에 반대하고 있는 게 중론이다.
제도개혁 각각의 논의 기간은 최소 7개월, 최대 2년가량이었다고 검찰은 강조하기도 했다. 가령 지난해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논의될 때 논의 기간은 2018년 6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년 2개월가량이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만일 특위에서 검수완박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경우 윤석열 정권 아래서 결론이 날 확률이 크다. 혹여 특위에서도 검수완박 법안이 추진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수완박 법안에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정부에 법률 공포를 요청한다. 대통령은 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이고 국회로 돌려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또 대검은 “특위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포함해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등 경찰개혁, 공수처 기능 정립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하자”라고 제안했다.
“수사기관 전체에 적용할 수사 공정성 통제 특별법 가능”
특위에서 추진할 만한 대안으로 대검은 ‘수사의 공정성과 인권보호를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지목했다. 현재 검찰 수사에 대해선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따라 별건수사 금지, 심야조사나 장시간 조사 제한 규제를 받고 인권보호관 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는데, 대검은 “이런 규정들이 모든 수사기관에 적용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규범력을 높이고 수사 담당자의 책임 근거도 마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안으로 국회의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이 꼽혔다. 대검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요구할 경우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권력분립에 위반되지 않고 사건 기소 여부에 관여 받지 않는 범위에서 답변하는 방안을 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특별법 위반 등의 이유로 검찰총장을 탄핵하게 하는 안도 거론됐다.
대검은 특위에서 논의할 만한 검찰 자체 개혁 방안으로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실질화·법제화 ▶중요 직접수사 대상사건의 내부 통제 강화 ▶검찰 내부 민주적 통제 방안(전국 평검사 대표회의 등을 제도화) ▶정치적 중립성 의심 사건에 대한 특임검사 지명 등을 제시했다.
대검은 “자체 개혁 방안은 일선의 의견을 수렴하여 즉시 시행한 것은 오는 5월 중으로 바로 시행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것은 ‘검찰 공정성·중립성 강화 위원회’를 설치해 면밀히 검토한 뒤 시행 여부를 확정하겠다”라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대처를 해야 하지, 성급하게 전체 수사 기능을 폐지하면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