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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선 ‘검수완박’…이재명 측근도 “이건 민주주의 능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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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를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라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2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를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라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2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

소속 의원의 ‘위장 탈당’을 발판 삼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 강행 처리 시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 잠시 걸렸다. 당초 21일 소집이 예고된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민주당 측이 전격 보류하면서다. 브레이크 없는 검수완박 직진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하는 행위”(김병욱 의원)라는 반발이 잇따라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선 검수완박 법안의 막판 타협이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후 7시쯤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가 협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맞춰가는 게 필요하다”며 안건조정위 구성 보류를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언제든지 안건조정위원회를 열 수 있지만,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원하는 상황에서 그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다. 당 지도부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오늘은 열리지 않는 듯하다”며 “그렇더라도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저지에 나서겠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만 해도 민주당의 강행 의지는 분명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사위 안건조정위 소집을 예고하며 “밤을 새워서라도 심도 깊게 심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선 “22일 본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압박했다. 전날엔 자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에 반기를 들자, 민형배 법사위원을 탈당시켰다. 민주당 3, 국민의힘 2, 무소속 1명 등 6인 위원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4명(3분의 2)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꼼수’였다.

국민의힘 측은 안건조정위원 명단으로 민주당이 요구한 2명이 아닌 3명(유상범·전주혜·조수진 의원)을 제출해 맞불을 놓았다. 유 의원은 “소수당 의견을 반영하는 협치 정신을 살리는 안건조정위의 취지를 민주당이 훼손했다”고 반발했고, 조 의원은 “꼼수 탈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자 의회주의에 대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추진하는 유일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수호하려는 것”이라며 여론전에 나섰다. 양측의 격렬한 대립은 이날 오후 안건조정위 구성이 보류되면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당 대표-중진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당 대표-중진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박 의장의 중재가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양당 입장차가 워낙 커서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박 의장이 워낙 강하게 요구하니 하루 멈춰섰지만, 지지층 요구가 저렇게 강한데 4월을 넘길 수 있겠느냐”며 “협상에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곧바로 안건조정위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도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4월 내 법안 처리를 공언한 상황에서 여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이 공수처법이나 임대차3법, 언론중재법 등을 밀어붙일 때 스스로 물러선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법사위의 마지막 관문 격인 안건조정위 문턱을 넘게 되면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도 시간문제다. 22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도 지난 12일 이달 내로 법안을 처리해 5월 3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병욱 “민주주의 능멸” 박용진 “묘수 아니라 꼼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성남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형배 의원의 탈당은 당이 비판받아온 내로남불, 기득권, 꼼수 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앙포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성남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형배 의원의 탈당은 당이 비판받아온 내로남불, 기득권, 꼼수 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앙포토

이날 민주당에서는 반기를 드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측근인 김병욱 의원은 성남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형배 의원의 탈당은 당이 비판받아온 내로남불, 기득권, 꼼수 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우리 당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했다”고 비난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이소영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민 의원의 탈당은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라며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만든 국회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편법을 강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이 의원은 이어 “검수완박을 강행하려는 모습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던 때와 닮았다”며 “우리가 스스로 떳떳하지 않은 선택을 할 때 국민은 실망했고, 두 번의 연이은 선거에서 뼈아픈 심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비주류인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소탐대실은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닌가”라며 “정의당을 끌어들이려다가 실패하고, 양향자 의원을 사보임하고 실패하니 이제 민 의원을 탈당시킨 것은 묘수가 아닌 꼼수”라고 꼬집었다. 전날에도 법사위원장 출신 이상민 의원이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했고, 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은 “국민이 보기에는 꼼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 171명 중 50명은 속으로 반대한다고 본다”고 했다.

정의당도 민주당의 속도전에 선을 그었다. 전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1년 유예’를 주장했던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는 정의당의 확고한 당론”이라면서도 “검·경 개혁은 이해 당사자를 포함한 충분한 숙의를 거쳐 종합적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민주당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인수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은 위헌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다른 31개 법률과 충돌해 형사사법 체계에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 인권이 후퇴하고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검수완박법 통과가 다음 정부로 넘어간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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