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에 강남구 등 서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55㎡가 지난 15일 59억원(6층)에 거래돼 1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면적의 직전 거래는 지난해 4월(16일) 55억원(12층)인데, 1년 만에 4억원이 오른 것이다.
압구정동은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거래 시 매수 목적을 밝히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의 경우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어 2년간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가 원칙적으로 차단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의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 4월27일 이후 현재까지 1882가구 규모의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1단지(1882가구) 아파트에서는 단 8건의 매매계약만 이뤄졌다. 1년 전 같은 기간 약 50여건의 계약이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 규모가 약 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한동안 거래절벽이 이어졌지만, 지난 3월 대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최고가 경신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까닭이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83.41㎡는 직전 최고가(5층) 대비 7억5000만원 오른 59억5000만원(4층)에 손바뀜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아파트 전용 139㎡는 지난달 21일 42억50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이 역시 지난해 말 거래된 40억5000만원(2층)보다 2억원 올랐다. 또 지난 5일 같은 지역 화랑아파트 전용 104㎡가 직전 최고가보다 2억4000만원 오른 21억9000만원(7층)에 팔렸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9단지 전용 106㎡도 직전 최고가(21억원)보다 5000만원 오른 21억5000만원(14층)에 지난달 29일 매매됐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아파트매매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4월 첫 주부터 3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 용산·강남·서초구가 0.03% 올랐고 양천구도 0.02% 상승했다. 부동산원은 "고가지역의 중대형이나 재건축이 상승했으나, 중저가 지역은 급매물 위주로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는 지난 20일 열린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들 지역 총 457만8039㎡를 오는 27일부터 2023년 4월 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들 지역의 집값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자 규제를 연장한 것이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재지정한 건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제까지 풀 경우 잠재 수요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에서 정비사업장을 필두로 규제 완화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시장 안정을 추구하려면 이런 서울의 핵심지에 최소한의 규제를 두는 것은 실보다 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기 수요 유입을 일부 차단할 수 있다고 보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해당 지역의 투기적 수요는 어느 정도 제어를 할 수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면서 "규제 지역 인접으로 수요자들이 눈을 돌리는 등 정책과 시장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역시 오는 6월 서울시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