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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송영길 컷오프' 그날 새벽…이재명, 비대위에 전화 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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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당내 서울시장 공천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당내 서울시장 공천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 공천에서 배제(컷오프)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고, 두 사람을 포함한 예비후보들이 참여하는 100% 국민경선으로 6·1 지방선거에 나설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2시간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송 전 대표의 대선패배 책임이나 계파 발언 등에 대한 지적은 있었지만, 여러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후보군을 넓히는 게 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22일까지 추가로 후보를 영입해 적정한 수의 후보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의 서울시장 공모에는 송 전 대표와 박 의원 외에 김진애 전 의원, 정봉주 전 의원, 김주영 변호사, 김송일 전 전남 행정부지사 등 6명이 등록했다.

민주당이 기대하는 추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이낙연 전 대표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박 전 장관의 경우도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전날부터 출마를 요청하기 위해 만남을 추진했지만 아직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비대위는 추가 후보를 구하지 못한채 진행한 전날 심야회의에서 서울시장 공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자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당내 여론을 재차 확인한 비대위 회의를 재개했다.

재개된 회의에선 윤 위원장 등 일부를 제외한 다수의 비대위원들이 송 전 대표 등에 대한 컷오프에 반대하며 경선을 지지했고, 비대위는 송 전 대표 등을 컷오프해야 한다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19일 결정을 이틀만에 번복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왼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왼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연합뉴스

 그런데 중앙일보의 취재 결과 공관위의 결정을 번복한 이날 비대위의 결정 배경엔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지사가 비대위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송영길 경선 참여’의 필요성을 강하게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비대위원에 따르면 이 전 지사는 19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비대위원들에게 장문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거나, 직접 전화를 걸었다. 공관위가 송 전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키로 결정한 직후 시점이다.

이 전 지사는 “송 전 대표를 컷오프한 가장 큰 이유가 대선 패배의 책임이라고 하지만 그 이유가 맞느냐”라며 “나는 민주당 누구도 대선 패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의 주인은 당원이니 당원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며 “가장 경쟁력 높은 후보군인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을 배제하면 당원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이 전 지사가 비대위원들에게 연락한 뒤에 열린 20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서울시장 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건 패배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여러 차례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던 박 위원장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박 위원장과 이 전 지사와의 별도 소통이 있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공천룰이 달라진 것과 이 전 지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대선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전일 선거운동 중 괴한에게 둔기 피습을 당한 송영길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대선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전일 선거운동 중 괴한에게 둔기 피습을 당한 송영길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공천 방식과 관련한 이 전 지사의 역할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내에선 “계파 갈등이 더욱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장 경선부터 ‘친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반이재명계’가 반발했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공천까지 특정 계파의 입김에 따라 좌우된다는 우스운 꼴을 자인한 셈”이라며 “결국 계파의 논리에 따라 컷오프 결정까지 뒤집은 것을 국민들이 뭐라고 평가하겠느냐”고 말했다.

송 전 대표 등의 공천 배제를 결정했던 이원욱 전략공관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는)스스로 궁지 모면을 위해 난데없이 이재명 전 후보를 앞세우는 분열과 꼼수의 정치를 즉각 걷어들이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한편 이날 비대위는 서울시장 경선을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의 기존 방식이 아닌 100% 국민경선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고용진 대변인은 “당심 반영이 미약해질 수 있지만 100% 국민경선이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된다”며 “동시에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이 전 지사의 요청에 따라 진행되는 데 따른 비이재명계의 반발을 고려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한 비대위 관계자는 “국민 경선 100%로 해야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줄어들 여지가 생기고, 추가 후보가 경선참여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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