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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故한승헌 변호사 빈소 조문 "절 아껴주셨던 어른 떠나보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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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승헌 전 감사원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승헌 전 감사원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고(故) 한승헌 변호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한 변호사의 빈소를 찾아 5분간 머무르며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한승헌 변호사님의 영전에 깊은 존경과 조의를 바친다"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들을 맡으셨지만, 당신은 영원한 변호사였고,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었으며, 후배 변호사들의 사표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고인과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 변호사님과 인연은 제가 변호사가 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며 "대학 4학년 때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서대문 구치소에서 감방을 배정받았던 첫날, 한순간 낯선 세계로 굴러떨어진 캄캄절벽 같았던 순간,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는데 바로 한 변호사님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떤 조사(弔辭)'라는 글로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와 계셨을 땐데, 그렇게 저와 감방 동기가 된 것"이라며 "가족과 오랫동안 면회를 못해 갈아입을 내의가 무척 아쉬울 때였는데, 모르는 대학생의 그런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그때 너무나 고마웠고, 제게 큰 위안이 되었다"고 돌아봤다.

앞서 고인도 지난 2019년 언론 인터뷰에서 1975년 반공법 위반으로 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시위를 하다 잡혀 들어온 한 학생에게 자신의 메리야스를 줬다며, 그 학생이 문 대통령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한승헌 전 감사원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한승헌 전 감사원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꽤 많은 세월이 흘러 제가 변호사가 된 후까지도 엄혹한 시절이 계속되어 저도 인권 변호 활동을 하게 되었고, '노무현 변호사'가 대우조선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저와 한 변호사님은 공동 변호인이 되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재판을 받을 때는 공동대리인이 되어, 한 변호사님은 변론을 총괄하고 저는 대리인단의 간사 역할을 했으니,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꼽아보니 한 변호사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50년 가까이 되었다"며 "저를 아껴주셨던 또 한 분의 어른을 떠나보내며 저도 꽤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한다. 삼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빈다"고 추모했다.

고인은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2017년 대선 때는 대선 캠프의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선거 승리를 도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고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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