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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러시아 빌린 돈 갚았나"…르펜 "경제 실책 빈곤층 늘어"

중앙일보

입력

2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 투표를 나흘 앞두고 TV 토론에서 격돌했다. [AF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 투표를 나흘 앞두고 TV 토론에서 격돌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나흘 앞둔 20일 첫 TV 토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45·전진하는 공화국·REM) 대통령은 극우파 마린 르펜(54·국민연합·RN) 후보의 ‘친러시아’ 전력을 파고들었다. 르펜 후보는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실책을 공격했다.

프랑스24·르몽드·파리마치 등에 따르면 두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국내 경제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유럽연합·이민자·지구온난화 등에서 전 분야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으며, 르펜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공격했다.

파리마치는 두 후보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일부 엇비슷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지만, 이내 견해차를 드러내며 상호 비방전으로 번졌다고 보도했다. 르펜 후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찬성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금수 조치에 대해선 “프랑스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일 열린 TV 토론에서 르펜 후보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20일 열린 TV 토론에서 르펜 후보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의 ‘친러’ 전력을 끄집어냈다. 그는 “르펜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을 인정한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고 했다. 또 르펜 후보가 속한 국민연합이 2014년 푸틴 대통령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체코 은행으로부터 960만 유로(약 129억원)를 빌린 일을 언급하며, “아직 돈을 다 갚지 못했는데 대러 정책을 자유롭게 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르펜 후보는 “극우 정당 이미지 때문에 프랑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없었던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도 과거 유럽이 러시아를 포용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반격했다.

유럽연합(EU) 정책을 놓고도 격돌했다. 5년 전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주장한 르펜 후보는 이번엔 EU 잔류 입장을 밝혔다. 단 EU 정책 중 자유무역 협정 등 동의하지 않는다며, 보다 ‘느슨한 EU’ 체제를 주장했다.

이에 반해 마크롱 대통령은 “더 강력하고 통합된 EU”를 강조하며, “(르펜은) 겉으로 밝히지 않지만, 사실상 EU를 떠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며 몰아부쳤다.

프랑스 국내 경제와 관련해선 마크롱 대통령이 수세에 몰렸다. 르몽드는 두 후보가 프랑스의 ‘대차대조표’를 들고 공방을 벌였고 전했다. 르펜 후보는 “당신은 빈곤한 사람을 위해 일했다고 하지만, 지난 5년간 40만명의 빈곤층이 추가로 생겼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경제 정책에서 뛰어나다고 하지만, 4000억 유로의 무역 적자가 났다”고 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동안 실업률이 줄었다고 변호했다.

20일 개최된 프랑스 대선 TV 토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20일 개최된 프랑스 대선 TV 토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두 후보는 이민자 문제, 특히 이슬람 여성의 히잡 착용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르펜 후보가 히잡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그럴 경우 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기후 위기 문제를 놓고도 두 후보는 서로를 비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를 “기후 회의론자”라고 했으며, 르펜 후보는 마크롱 대통령을 “기후 위선자”라고 했다.

르펜 후보는 첫 TV 토론을 위해 이번 주 내내 공을 들였다고 프랑스24는 보도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TV 토론에서 마크롱 후보에 밀린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66%를 득표해 르펜 후보(33%)를 ‘더블 스코어’로 이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선 투표가 박빙으로 예상되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쫓기는 입장’이 됐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토론 후 현지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가 발언할 때마다 반박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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