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노가리 골목 '을지OB베어' 결국 철거…강제집행 6번째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 격인 노포(老鋪) '을지OB베어'가 6번째 강제집행 끝에 철거됐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 격인 노포(老鋪) '을지OB베어'가 6번째 강제집행 끝에 철거됐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 노포들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을지OB베어'가 결국 철거됐다.

21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0분쯤 을지로OB베어에 대한 6번째 강제집행이 진행됐다.

법원 등이 고용한 용역 등 100여명은 1시간여에 걸쳐 을지OB베어 간판을 끌어 내리고 내부 집기류를 모두 빼냈다.

이 과정에서 강제집행에 대비해 가게를 지키고 있던 을지OB베어 측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O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은 이번이 여섯번째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강제집행 시도가 있었지만 을지OB베어 측과 대치하며 번번이 무산됐다.

1980년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중소벤처기업부의백년가게로 등록된 노포다.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가 모집한 프랜차이즈 1호점으로 시작해 현재 창업주의 딸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을지OB베어가 있는 노가리 골목 전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을지OB베어와 건물주의 분쟁은 2018년 재계약에 실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을지OB베어는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노가리 골목의 만선호프 측이 이 건물의 일부를 매입해 건물주가 됐다. 그러나 만선호프 측과 협상에서도 이견이 빚어지면서 결국 강제철거가 이뤄졌다.

시민단체와 주변 상인들은 을지OB베어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가게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