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공중과 해상에서 원거리의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등 새로운 ‘항모 킬러’ 미사일을 전력화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사실상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을 겨냥한 것으로 미군의 한반도 작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19일 중국의 새 항모 킬러 미사일과 관련한 영상들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잇따라 공개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H-6N 폭격기가 기체 한가운데 아래에 대형 대함탄도미사일(ASBM) 1발을 탑재한 채 주택가 상공을 낮게 비행하거나, 055형 구축함(1만3000t급)에서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등이다.
이날 미국의 군사전문 매체인 워존에 따르면 H-6N 폭격기에 장착된 ASBM은 이미 실전 배치된 것이지만 구체적인 제원이 공개된 적이 없다. 서방에서 ‘CH-AS-X-13’이란 제식 번호로 부르는 이 미사일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대함 미사일이다. 전문가들은 DF-21D(사거리 1500㎞ 이상)의 개량형으로 추정하는데,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신예 ‘중국판 이지스함’인 055형 구축함에서 YJ-21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도 이날 처음 등장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2020년 9월 발간한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이 이같은 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것이라 예측했다. 동북아시아 최대급 이지스함을 극초음속 미사일로 중무장한 전투함으로 발전시킨다는 게 중국의 구상인 셈이다.
이런 영상이 같은 시기에 등장한 건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의도적으로 영상을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대외적으로 군사적인 위협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영상을 유출했을 수 있다”며 “미국의 아시아 관여를 견제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고 짚었다.
H-6N 폭격기(공중급유 없이 6800㎞ 비행)나 055형 구축함은 장거리 작전이 가능한 중국의 전략 자산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요격이 까다로운 공중ㆍ해상의 새 항모 킬러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적의 반격에 취약한 지상 발사 대함 미사일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작전 반경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의 미군에 대한 반접근ㆍ지역거부(A2AD) 전략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넘어 인도ㆍ태평양 지역 전반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반도에 전개하는 미 항모 전단의 작전 계획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중대한 도발을 강행하면 항모 전단 등을 투입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실제로 북한이 두려워하는 F-35C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 항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은 지난 8~17일 동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했다.
이와 관련,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윤석열 차기 정부가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고하는 차원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실전 배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가만히 앉아서 이같은 중국의 대미 억지력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역시 종국엔 중국과 같은 형태로 진화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양 위원은 “북한 역시 항모 킬러를 통해 미군을 억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중요한 대북 압박 수단 중 하나가 무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