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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은 거절, 尹은 출연…'유퀴즈' 논란 속 CJ 대표 과거 화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tvN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출연 이후 후폭풍에 휩싸였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도 ‘유퀴즈’ 출연을 요청했으나 제작진이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는 “예능이 정치화됐다”는 시청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오전 탁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윤 당선자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CJ 측을 공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에 앞서 미디어오늘은 CJ ENM 측이 “문 대통령 쪽에서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고 보도했다. 탁 비서관의 글은 그런 CJ의 입장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유퀴즈’를 제작하는 tvN은 CJ ENM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다.

지난 20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tvN 캡처]

지난 20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tvN 캡처]

“유퀴즈, 文 출연은 거절…외압 없었길 바란다”

탁 비서관은 “작년 4월과 그 이전에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 수선사, 조경 담당자들의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며 “그때 (유퀴즈) 제작진은 숙고 끝에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혀왔고, 우리는 제작진의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윤 당선자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윤 당선자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이어 “우리가 제작진의 거절을 군말 없이 받아들인 것은 그 프로그램을 존중해서였다”며 “지금도 윤 당선인의 출연이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때는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의 출연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지금은 판단이 달라져서 윤 당선인의 출연이 결정되었다고 해도 좋다. 다만 바라는 것은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라며, 앞으로도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만을 제작의 원칙으로 삼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탁 비서관의 페이스북 글 내용이 알려지자 진작부터 정치인 출연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던 ‘유퀴즈’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21일 오전에만 10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선택적 정치 중립 너무 실망스럽다” “이런 식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느냐”는 등 대부분 편향성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윤 당선인 출연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 오후부터 올라온 관련 게시글 수를 합하면 1만여개에 달한다.

文은 안되고 尹은 된 배경? 

‘유퀴즈’ 제작진이 문 대통령 출연은 거부하고, 윤 당선인은 출연시킨 배경과 관련해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의 이력에 이목이 쏠린다. 강 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89년(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1993년 서울중앙지검 검사, 2013년 CJ그룹 법무실장을 거쳐 2020년 12월 CJ ENM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같은 이력이 ‘검찰 출신’ 윤 당선인의 출연과 무관치 않을 거란 추측이 나온다.

이전 보수 정권에서 CJ의 진보 색채를 여러 차례 문제 삼았던 점이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tvN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는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을 방송한 바 있다. 같은 해 CJ엔터테인먼트(CJ ENM 영화사업본부)가 투자·배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군을 개혁 군주로 그렸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관람 후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권변호사의 일대기를 그려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2013년 영화 '변호인'에 CJ 그룹 계열사 CJ창업투자(CJ창투)가 투자한 점도 거슬렸을 수 있다. 이듬해 '국제시장' 등 보수적 색채의 영화 배급에 나섰으나 CJ가 박근혜 정부에 밉보였다는 이야기가 당시 정치·문화계에 공공연하게 돌았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손경식 CJ그룹 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CJ의 영화·방송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취지로 불만을 표하고, 이에 손 회장이 ‘죄송하다. 방향을 바꾸겠다’고 답한 사실이 2017년 특검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보수 정부에서 압박을 받았던 경험이 새로운 보수 대통령 당선인 측의 예능 출연 요청을 수용하는 것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尹 지지자들은 “악의적 편집이다” 비난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출연 분량과 편집 내용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20일 방송분 첫 번째 게스트로 등장한 윤 당선인은 최근 일상과 사시 준비 및 검사 재직 시절 에피소드 등에 대해 18분가량 이야기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배우 윤여정 편이 50분가량 방송됐던 것에 비하면 크게 차이 나는 분량이다. 진보·보수 진영 모두에서 질타를 받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캡처. [tvN 캡처]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캡처. [tvN 캡처]

‘부담스럽기도 하고’, ‘오늘따라 적막한…’과 같은 MC 멘트와 자막 등 평소에 비해 경직된 느낌의 편집에 대해 일부 시청자는 “악의적인 편집이다” “재밌는 컷이 많던데 편집을 왜 이렇게 했느냐”는 비판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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