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오늘이 제일 싸다" 불붙은 소비…'에·루·샤' 韓서 벌어들인돈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의 합산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보복 소비'가 확산한 데다가, MZ세대의 '플렉스 소비'가 더해져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275억원, 영업이익은 170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6%, 28% 늘었다. 같은기간 루이뷔통코리아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1조4681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은 301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샤넬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이 1조2238억원으로 전년(9296억원)보다 3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90억원으로 전년(1491억원) 대비 67% 급증했다.

서울 강남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명품관 입장을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오유진 기자

'에루샤' 뿐 아니라 다른 고가품 브랜드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디올의 지난해 매출은 6139억원, 영업이익은 211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87%, 102% 성장했다. 불가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8% 늘어난 2722억원이었다.

명품업계의 이같은 호실적은 지난해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한 가운데 달성한 것이라 눈길을 끈다. 지난해 루이뷔통은 다섯 차례, 샤넬은 네 차례(패션부문 3회+트랜디 핸드백 1회) 가격을 올렸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샤넬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가격인상은 불붙은 소비욕구에 부채질 한 셈이 됐고, 매장 앞 '오픈런'(문열면 뛰어가기) 행렬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가 명품 브랜드 실적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한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여행자금을 명품소비에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사태로 해외여행에 쓰던 분기당 9조원대의 자금이 2020년 2분기부터 3조원 밑으로 떨어졌다"며 "남은 6조원이 국내 소비, 특히 명품 등 사치재 소비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