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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셀럽앤카]㉗ 마하티르의 희망, 프로톤에서 ‘베트남의 삼성’ 빈패스트로 이어지다

중앙일보

입력

프로톤은 말레이시아의 국민차로 동남아시아 자동차 산업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사진 프로톤]

프로톤은 말레이시아의 국민차로 동남아시아 자동차 산업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사진 프로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한 것을 볼 수 있다. 모터사이클(오토바이) 행렬만 없다면 마치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동남아는 많은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제조업 발전이 더디다. ‘제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산업 역시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프로톤은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의 야심작이다. 지난해 마하티르가 코로나 백신을 맞는 모습. [사진 마하티르 트위터]

프로톤은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의 야심작이다. 지난해 마하티르가 코로나 백신을 맞는 모습. [사진 마하티르 트위터]

동남아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나왔다. 바로 ‘말레이시아 국민차’ 프로톤(PROTON)이다. 말레이어로 ‘국영자동차회사’를 뜻한다.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proton)의 동음 이의어로 중의적 느낌도 동시에 준다.

프로톤은 말레이시아의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1981~2003년, 2018~2020년)의 야심작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자동차 경주 대회가 인기 스포츠다. 프로톤이 대회에 참가한 장면. [사진 프로톤]

말레이시아에서는 자동차 경주 대회가 인기 스포츠다. 프로톤이 대회에 참가한 장면. [사진 프로톤]

마하티르는 1979년 부총리 겸 통상산업부 장관 재임 당시 국민차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했다. 81년 총리에 취임하자 “국민차가 없으면 산업도 직장도 모두 없다. 말레이시아가 소비자와 농어민만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듬해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뒤 83년 법인을 세웠다.

말레이시아 국민차 프로톤

일본 미쓰비시와 기술 제휴를 통해 85년 첫 모델 사가(Saga)를 내놓았다. 85년은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미국 진출을 위해 처음 현지법인(HMA)을 세우고, 동유럽 유고슬라비아에서 만든 유고(Yugo)가 미국에 수출되는 등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개발도상국발(發) 굵직한 뉴스가 쏟아진 해다.

프로톤은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를 소유하기도 했다. [사진 로터스]

프로톤은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를 소유하기도 했다. [사진 로터스]

프로톤은 89년 영국에 첫 수출을 하고, 96년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Lotus)를 인수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97~98년 아시아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독자 브랜드는 있으나 독자 모델은 없는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다.

특히 강력한 후원자였던 마하티르 총리가 2003년 실각한 뒤 수입차 브랜드 고관세 부과와 같은 국민차 지원 정책이 힘을 잃었다. 2012년 자금 압박을 받던 프로톤은 결국 민영화에 들어갔고, 2017년 중국 지리(吉利)홀딩그룹에 지분 49.9%가 팔려나갔다.

15일 개막한 미국 뉴욕모터쇼에 마련된 베트남 빈패스트의 전시 공간. [신화통신=연합뉴스]

15일 개막한 미국 뉴욕모터쇼에 마련된 베트남 빈패스트의 전시 공간. [신화통신=연합뉴스]

프로톤이 동남아 자동차산업의 오랜 기둥 역할을 맡으며 명맥을 이어온 가운데 최근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베트남의 빈패스트(VinFast)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Vin group)이 2017년 세운 회사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보호 신청에 따른 후속 절차로 매물로 나온 비담코 공장(한국GM 산하)을 인수했고, 독일 BMW의 기술을 받아들였다.

새로운 희망 빈패스트

2018년 전기 스쿠터를 생산한 뒤 2019년 자동차 파딜(옛 GM 오펠 카를 차체)과 럭스(BMW 5시리즈 차체)를 내놓았다.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빈패스트 신설 공장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실제 수행단 일부(리수용·오수용 부위원장)가 시찰했다.

레티투튀 빈그룹 부회장(오른쪽 앞)은 지난달 로이 쿠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함께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레티투튀 빈그룹 부회장(오른쪽 앞)은 지난달 로이 쿠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함께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전기차 모델을 처음 출시한 빈패스트는 올해 들어 더욱 큰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올 1월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과 100% 전기차 생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미 현지 전기차 공장 건설

레티투튀(LeThi Thu Thuy) 빈그룹 부회장 겸 빈패스트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연내 착공에 들어가 2024년 가동할 예정”이라며 “연간 15만 대를 우선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뉴욕 모터쇼에 앞서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자금 조달을 위한 뉴욕증시 상장(IPO) 계획까지 내놓았다. 성사된다면 베트남 기업의 첫 미국 상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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