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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매출에도 최대 적자 왜…"고객 많아져 손해" 쿠팡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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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쿠팡이츠 배달 라이더. [사진 쿠팡]

쿠팡이츠 배달 라이더. [사진 쿠팡]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매출의 역설’에 빠졌다. 매출은 역대 최대 수준인데 정작 영업이익은 줄었거나 되레 적자다. 많이 팔았지만,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는 의미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매출은 184억637만 달러(약 22조8000억원)다. 전년보다 83.4% 증가해 역대 최대 성적이다. 그런데 영업손실도 14억9396만 달러(약 1조8450억원)로, 역대 최대 적자다. 1년 새 적자 폭이 55% 늘었다.

마켓컬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1조5614억원으로 전년보다 64% 늘었다. 그런데 영업적자 폭은 1162억원에서 2177억원으로 87% 증가했다. 이마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5.9% 증가한 16조4514억원(별도기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659억원으로 전년(2950억원)보다 291억원 줄었다.

주요 유통업체 실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유통업체 실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높은 원가율…평균 80% 안팎

국내 주요 유통업체가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높은 원가율 때문이다. 식품 등을 제조하는 업체의 제품을 사서 되파는 구조의 유통업체는 물건을 사들이는 원가율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원가율은 평균 80% 안팎이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84%다. 100원짜리 제품을 팔면 16원이 남는다는 의미다. 쿠팡은 연간보고서에 사상 최대 적자 이유로 “상품 수 증가, 매출 증가, 고객 증가, 물류비용 증가”를 꼽았다. 고객이 많아져서 제품을 많이 팔아 손해를 입었다고 분석한 것이다. 마켓컬리(82%), 이마트(73%), BGF리테일(82%), GS리테일(77%) 등도 원가율이 높다.

원가율이 높아지는 데는 역대 최고 수준의 물가 상승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5%로 10년 만에 가장 높다. 밀가루‧식용유 등 원재료값이 오르면 당장 식품업계가 타격을 입는다.

CJ제일제당‧대상‧농심‧오리온 등 국내 16개 식품 상장사의 지난해 원가율을 분석해보니 평균 원가율이 72%였다. 오뚜기는 지난해 원가율이 83%였다. 100원짜리 과자를 만드는데 83원을 썼다는 의미다. 식품업체의 원가율 증가는 이들 업체의 제품을 사서 되파는 유통업체의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PB 활성화, 물류자동화로 원가율 낮춰 

유통업체들도 원가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자체상품(PB) 활성화다. 이마트는 최근 PB 제품인 피코크 김치의 출고 가격을 3.9~6.5% 인상했다. 짬뽕과 짜장도 11.9~15.4% 인상했다.

컬리는 배송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물류시스템을 통해 배차 자동화, 오배송 최소화 등의 시스템으로 배송 기사 1명당 배달 건수를 늘였다. 컬리의 배송 자회사인 넥스트마일의 지난 3월 배송 생산성은 지난해 1월 대비 83% 늘었다. 배송 기사가 한 번에 싣고 나가는 배송 물량이 늘었다는 의미다.

쿠팡도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제조업체와 직접 협상하는 방식으로 매입 단가 낮추기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4~5년 전부터 유통업체가 물류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고 저마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며 "새벽 배송 중단 등 원가율 절감을 위한 다양한 대응책이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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