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이 미·독·일 글로벌 스탠더드? 민주당이 외면한 것들 [그래픽텔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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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평검사들이 20일 오전 밤새 진행된 평검사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의 평검사들이 20일 오전 밤새 진행된 평검사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그간 6대 중대 범죄에 한해 허용됐던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을 아예 없애는 것 ▶경찰이 수사를 끝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한 것 ▶체포·구속영장은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만 검찰에 청구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검찰은 사실상 공소 제기 및 유지, 즉 재판만 전담하는 기관이 된다. 이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은 민주 국가 사법체계의 기본이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법안을 살펴본 뒤 위헌성을 우려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그러면서 미국과 독일, 일본, 프랑스의 사례를 덧붙였다. 모두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국가들이다. 다만 행정처는 국가별 사법제도나 사법문화에 따라 수사권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도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수사권과 기소권을 형식적으로 당장 분리하기보다,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해외 수사권 살펴보니_미국의 경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해외 수사권 살펴보니_미국의 경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의 경찰과 검사는 상호 대등·협력관계로 알려져 있다.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사에게 법률적 조언을 받는 것이다. 연방과 주에 따라 다르지만, 경찰은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경미한 사건의 수사 종결권도 갖고 있다.

하지만 연방 검사 및 일부 주에서는 중요범죄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 경찰 수사 중이라도 무거운 죄를 지은 피의자의 체포나 석방 여부는 검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직접 보충수사를 하기도 하고, 경찰에 보충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분리되는 것이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하는 쪽은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영미법 체계 국가들의 사례를 근거로 든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고, 영국에서도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지 않아 중대범죄수사청(SFO·1988년 설립)이 수사부터 공소유지까지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국가가 형사소송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는 형사재판도 민사소송처럼 개인 사이의 분쟁과정으로 파악하고, 국가의 형벌권 자체를 상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개인의 공방을 주재하고 돕는 역할에 불과해 전통적으로 권한이 축소돼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영국식 '사인소추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공소유지의 어려움 등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검찰 제도를 도입했다.

해외 수사권 살펴보니_독일의 경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해외 수사권 살펴보니_독일의 경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대륙법계 국가들은 국가의 형벌권을 인정하고 검사의 수사권을 확립해왔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는 검찰이 경찰에 대한 무제한적인 지시권을 가진다. 영장청구권, 수사종결권도 검찰에 있다. 다만 독일 검찰의 경우 자체 수사 인력이 별로 없어, 수사는 대부분 경찰이 하고 검찰은 사후 심사를 맡고 있다는 게 행정처의 설명이다. 경찰 수사에 대한 법적 통제 권한은 검찰에 있다는 것이다. 또 중요 범죄의 경우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고 기소한다.

해외 수사권 살펴보니_일본의 경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해외 수사권 살펴보니_일본의 경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 역시 검찰이 어떤 범죄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할 수 있고, 실제로 전문 지식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 검찰이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다. 또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시할 수 있고, 검찰 수사의 보조를 요청할 수 있다. 검찰은 체포장이나 압수·수색·검증 영장은 경찰도 청구할 수 있지만, 피의자를 짧은 기간 교도소나 유치장에 가두는 구류장은 검사만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일본의 검찰과 경찰은 원칙적으로 협력관계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 형사소송법이 영미법적 요소를 받아들이면서다.

해외 수사권 살펴보니_프랑스의 경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해외 수사권 살펴보니_프랑스의 경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찰 제도를 처음 낳은 프랑스 역시 검사의 수사권을 확립해 놓고 있다. 다만 프랑스는 '예심수사 판사'라는 독특한 지위를 두고 있는데, 충분한 증거가 갖춰져 있는지를 미리 심사하고 수사도 직접 할 수 있다. 이때 수사를 경찰에 위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사는 이 예심수사를 청구할 수 있고, 경찰의 수사 역시 지휘한다. 직접 수사에도 나설 수 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2018년 쓴 논문 '검사의 직접수사의 개념과 수사지휘와의 관계'에서 "검사의 지휘를 금지하는 것은 영미식 사법체계를 도입하는 시도로 보이는데, 이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썼다. 영미법계에서는 경찰이 체포와 기본적인 피의자 인터뷰 정도까지만 담당하고, 본격적인 사실 규명 활동은 법원 절차에서부터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의 상당 부분을 경찰이 수사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검찰의 적절한 수사 지휘와 감독권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검사의 직접수사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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