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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수완박’ 위해 위장 탈당까지 동원한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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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양향자 무소속 의원 명의로 19일 등장한 문건.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 명의로 19일 등장한 문건.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사위 통과하려 민형배 탈당 꼼수

대법원은 “헌법에 부합 안해” 경고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추진으로 목불인견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검수완박 강행을 위한 ‘위장 탈당’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권을 무력화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를 위한 술수다. 안건조정위를 여야 3명씩으로 구성하도록 한 국회법에 따라 민 의원을 무소속 의원으로 만들면 4대 2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의 꼼수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일에는 비서진 문제로 탈당해 무소속이 된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옮기는 사·보임을 단행했다. 그런데 양 의원이 그제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이번 법안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허겁지겁 내놓은 ‘플랜B’가 민 의원의 탈당이다.

민주당이 기상천외한 편법을 동원해야 할 만큼 각계의 우려가 크다. 중립 지대나 민주당 우호 세력에서도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지적은 심각하다. 법원은 검찰과 경찰이 진행한 수사 내용을 검토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한다. 검경의 수사 역량과 인권 감수성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사법부가 “이런 입법을 본 적이 없다”는 표현까지 썼다.

법원행정처가 일관되게 제기한 문제는 이 법안으로 권한이 크게 확대될 경찰에 대한 견제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는 “경찰의 과잉수사나 부실수사 등의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결국 법원의 공판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공판을 통한 정의의 실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나 소극적 수사에 대한 검사의 개입,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 등 개정안이 초래할 경찰 수사 견제의 공백과 인권 침해 가능성을 염려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특히 압수수색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서 검사를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으로 바꾼 내용은 “헌법 조항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 독주를 비판하는 사람 중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 개혁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천 전 장관은 이번 검수완박 추진을 “굉장한 졸속”이라고 평했다. 천 전 장관은 그제 SBS 라디오에 출연해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는 극히 독선적이고 전투적인 강경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검찰의 중대 범죄 수사권을 없애는 조항에 대해 “수사권이 공백이 되거나 무정부 상태가 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허용하는 방안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만들었다. 그런 합의안을 스스로 무시하고, 경찰에 모든 권한을 몰아주는 입법 폭주가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각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