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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뮤직카우 상품은 증권”…미술품·명품 ‘조각투자’도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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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뮤직카우 TV 광고의 한 장면. [중앙포토]

뮤직카우 TV 광고의 한 장면. [중앙포토]

음악 저작권을 쪼개 파는 ‘조각투자’ 스타트업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됐다. 금융 당국이 뮤직카우가 판매하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증권(금융투자상품)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다. 미술품·명품 등 다른 조각투자 스타트업 사업도 영향을 받게 됐다.

뮤직카우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 대상에 오르게 됐지만, 투자자 보호책 마련 등을 조건으로 관련 제재를 일단 보류하면서 당장 시장의 혼란은 피하게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20일 정례회의를 열고 뮤직카우에서 판매하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상품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 당국이 뮤직카우 상품을 증권으로 판단한 근거는 그 운영 방식이 주식을 상장한 뒤 사고파는 것과 유사해서다. 뮤직카우가 처음 고안한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은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뮤직카우는 향후 약 20년 치의 예상 저작권료 대금을 원작자에게 지불하고 저작권을 사온 뒤, 이를 주식처럼 쪼개 자체 플랫폼 내의 옥션(경매장)에 등록한다. 입찰에 참여해 ‘저작권 청구권’을 사들인 투자자는 해당 지분만큼 매달 저작권료 배당수익을 얻고, 그 지분을 판매해 시세 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배당수익과 시세차익 등 주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그동안 조각투자 관련 규정과 법령이 없어 뮤직카우는 전자상거래업과 통신판매업자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뮤직카우의 영업행위가 유사금융에 해당한다”는 민원이 금융당국에 접수되며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하면서 과징금과 과태료 등 제재 대상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시장혼란을 막기 위해 당국은 투자자 보호조치와 사업구조 개편 등을 조건으로 제재를 일시 보류했다.

뮤직카우는 일단 이날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에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기관의 투자자 명의 계좌에 별도 보관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투자자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기존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을 사실상 분리하는 체계의 사업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기존에 발행한 청구권만 거래할 수 있고, 새로운 청구권은 발행할 수 없다.

금융위는 “투자계약증권의 첫 적용사례이면서 위법인식과 고의성이 낮았고, 지난 5년여간 영업으로 서비스 17만명 투자자의 사업지속에 대한 기대 형성되어 있는 점, 그리고 문화콘텐트 저변 확대에 기여할 여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투자자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신규 저작권료 청구권 발행이 불가능해진 데다, 기존 투자자가 시장에서 이탈하며 기존의 저작권료 청구권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뮤직카우가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각 저작권료 청구권의 가치를 산정한 ‘MCPI 지수’는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193.74로 지난달 10일(247)과 비교해 21.5% 급락했다.

뮤직카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신규 옥션(경매)을 진행하지 않으며,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옥션을 서비스 개편 완료 시 재개할 예정”이라며 “기존에 거래되고 있던 곡들은 종전과 같이 마켓에서 매매를 원활히 지원하는 등 이용 고객을 위한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에 미치는 파장도 적잖을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주에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마련하고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뮤직카우에 제재를 유예해준 이유 중 하나는 고의성이 없었던 것인데, 향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증권업에 등록되지 않은 다른 업체가 조각투자 지분을 발행하면 고의적으로 법을 어겼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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