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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아나운서 코스 20일 만에 뗐다, 환각증세 앵커 된 천우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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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영화 ‘앵커’에서 주연을 맡은 천우희는 “틀에 갇힌 인물로 보이면서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앵커’에서 주연을 맡은 천우희는 “틀에 갇힌 인물로 보이면서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천우희(35) 주연의 스릴러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는 뉴스앵커가 된 ‘앵커’(20일 개봉), 학교폭력 문제로 갈림길에 선 기간제 교사가 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7일 개봉)다. ‘앵커’는 신인 정지연 감독의 저예산 장편 데뷔작으로 그가 단독 주연이다. 김지훈 감독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엔 배우 설경구·오달수 등 베테랑이 뭉쳤다.

특히 ‘앵커’에서 그는 매 장면을 날 선 긴장감으로 채우며 주연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가 연기한 스타 앵커 세라는 생방송 직전 의문의 여성으로부터 자신의 딸이 살해됐고 자신도 곧 살해될 거라며 직접 취재, 보도해달라는 제보전화를 받는다. 엄마 소정(이혜영)은 딸 세라에게 특종을 잡으라고 몰아붙인다. 제보 주소로 홀로 찾아간 세라는 숨진 모녀를 발견하고 이후 환각증세에 시달린다.

지난 13일 화상으로 만난 천우희는 “스릴러를 꽤 했는데 밀도 높은 작품을 좋아한다”며 완성된 영화에 대해 “시나리오보다 긴장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혜영과 팽팽한 모녀 연기 대결을 펼치는데, 영화 ‘곡성’(2016)에서 겨뤘던 상대역 황정민, ‘우상’(2019) 설경구와의 호흡 못지않다.

관객이 납득할 만한 앵커 모습에 대한 압박도 컸다. 아나운서 6개월 과정을 촬영 전 20일 만에 속성으로 익혔다. KBS 출신 김민정 아나운서 도움을 받아, 하루 3~4시간 녹음된 뉴스 원고를 따라 하며 억양을 고쳤다. “처음에 제가 좀 어려 보여서 감독님이 당황하셨어요. 화장을 성숙하게 하고 헤어도 단발로 잘랐죠.”

세라는 평생 엄마가 못 이룬 꿈을 대신 강요받았다. 모녀가 함께한 장면은 이혜영과 일부러 맞춘 게 아닌데도 구상한 이미지가 자연스레 연결돼 “교감이 짜릿했다”고. 천우희는 자신의 경우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셨다. 저 자신도 그 틀 안에 갇혀 산 게 있다. 걱정 끼치기 싫어서 착한 딸로 컸는데, 그 감정 역시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장면이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였어요. 결국은 사랑이라는 것, 모든 파멸 뒤에 새롭게 탄생하는 마지막 (장면)이 좋더라고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설경구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원작인 일본 희곡에서 남자였던 교사 역으로, 학폭 가해자의 민낯을 들춰내는 역할이다. 천우희는 국내 공연한 동명 연극을 봤던 터라 “원작 느낌을 간직하고 싶다”는 이유로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 설경구가 전화로 재차 부탁해 마음을 돌렸다.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천우희는 독립영화 ‘한공주’(2014)의 주연을 맡아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도 그를 극찬했다. 이후 영화 ‘카트’(2014)에서 마트에서 일하는 88만원 세대, 인권영화 ‘메기’(2019) 속 메기 목소리, 판타지 멜로 ‘어느날’(2017)의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넘나들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싫어해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는 그는 “여성 서사에 대해 세밀하게 쓰고 연출할 수 있는 분들이 더 많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배우로서 꼭 여성 서사가 우선은 아니지만, 항상 갈증이 있죠. 이번 작품이 잘 돼서 다음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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