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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527명 취업 도운 중증장애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김창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과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42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왼쪽)로부터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과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42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왼쪽)로부터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훈

김창훈

“사는 동안 주변에서 사랑과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나만 누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해야겠다, 그 역할을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한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은 지체 장애인 김창훈(47·사진)씨는 자신이 장애인 재활전문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최중증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20년 넘게 다른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돕고 있다. 김 씨의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은 527명, 그중 중증 장애인은 338명이다.

김씨는 근육에 힘이 점점 없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진행성 근이양증을 앓고 있다. “어릴 때 10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평소 우량아·장군감이란 말을 듣던 제가 계단을 못 올랐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본 친할머니가 병원에 데리고 갔죠.”

김씨는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초·중·고 12년을 일반 학교에서 마쳤다. 그는 전교에서 유일하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었다. 화장실 이용, 교실까지 계단 오르기 등 기본적인 학교생활부터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는 “당시엔 지금처럼 장애인 도우미나 활동보조인이 없었다”며 “부모님은 학교 데려다주시는 것까지만 하고 돌아가시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휠체어를 들고 3~4층에 있는 음악실, 과학실까지 이동을 도왔다. 김씨는 친구들이 내민 손을 잡으며 자연스럽게 ‘나도 다른 장애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에 진학해 장애인 직업개발 및 배치, 직업훈련, 직업상담 등 직업재활 전반을 공부했다. 사회복지사 1급, 직업재활상담사 2급 등 자격증을 취득했고, 고용노동부에서 직업상담원으로 일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2000년 9월 장애인 고용촉진과 직업재활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입사했다.

김씨는 21년째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일하고 있다. 대기업, 공기업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를 개척하고 취업을 알선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특히 제빵·외식 분야에서 장애인 고용 모델을 제시하며 장애인 고용 인식 개선에 앞장섰다.

지적장애인이 신라호텔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장애가 있더라도 직접 기술을 배우고 직업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직업전문학교로의 연결에도 힘썼다. 21년 동안 김씨의 도움을 받아 사회에 자리 잡은 장애인은 500명이 넘는다.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외국에선 유치원 때부터 장애인·비장애인 통합반을 운영하는 등 장애 친화적인 문화가 있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어려서 장애인을 만나지 못하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접하니 익숙하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장애인에게는 “편견에 매몰되지 말고 움츠러들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편견 등을) 한두 번 겪고 나면 시도하지 않고, 사회에 나오려고 시도 자체를 하지 않기도 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지속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시도하면, 가정도 가질 수 있고 사회생활도 할 수 있다. 사회에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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