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 조달 ‘비상등’…올해 1.3%p 뛴 회사채 금리, 4% 코앞

중앙일보

입력 2022.04.20 18:06

업데이트 2022.04.20 20:19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은 지난 14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위)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ㅇ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은 지난 14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위)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ㅇ

기업의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회사채 시장이 바짝 얼어붙으면서다. 우량기업의 회사채 조달 금리(3년 만기)가 연 4%에 육박하고, 채권값 하락 우려에 큰손(기관투자자)도 등을 돌리고 있다. 자금 조달 길이 막힌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A- 등급 기업이 발행하는 3년만기(무보증) 회사채 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A- 등급 기업이 발행하는 3년만기(무보증) 회사채 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등급 AA-급 우량기업의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금리는 20일 기준 연 3.662%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연 2.415%)과 비교하면 석 달 반 만에 약 1.25%포인트 뛰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연 3.813%까지 치솟으며 4% 선에 다다랐다. 2012년 7월 5일(연 3.84%)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투자 가능한 채권 중 신용등급이 낮은 BBB-등급 금리(3년물)는 지난달 말에 9% 선을 뚫었다. 연초 연 8.316%였던 BBB-등급 금리는 20일 기준 연 9.509%로 올랐다.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발행 금리는 지표 금리인 국고채 금리에 개별 기업의 신용 위험(신용등급)을 반영해 결정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신용등급이 더 낮을수록 더 많은 돈을 주고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회사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불쏘시개는 국고채 금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붙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속도를 높이면서 전 세계의 국고채 금리가 튀어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며, 국고채 3년물 금리(연 3.186%)는 지난 11일 연 3%를 돌파했다. 2012년 7월 11일(연 3.19%) 이후 최고치다.

“기업들 회사채 발행계획 미뤄”

금리 뛰자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리 뛰자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뛰는 금리에 회사채 시장은 얼어붙었다. 지난 19일 기준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액은 30조708억원(금융투자협회 자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조6465억원)보다 6조5757억원 줄었다. 만기상환 금액을 뺀 순발행액(8조4527억원)은 같은 기간 43.2% 쪼그라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의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최근 회사채 조달 비용(금리)이 7~8개월 사이 2배 가까이 오르면서 회사채 발행을 미루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우량 회사채인 AA등급 이상을 제외하면 발행 물량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채권 브로커(중개인)도 “기업 입장에선 높은 금리는 물론 낮은 투자 수요로 미매각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며 “실제 상당수 기관투자자는 국고채 등 시장 금리가 뛰자(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을 우려해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얘기했다.

A등급 이하에선 미매각의 쓴맛을 본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등급인 엔에스쇼핑은 지난 5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진행한 사전청약(수요예측)에서 3년물 9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기관투자자 한 곳(200억원)만 참여해 700억원 상당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2월 SK에코플랜트(A-)도 수요예측 당시 회사채 발행 목표(1500억원)에 못 미치는 1080억원 주문이 나오는 데 그쳤다.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당분간 기업의 실탄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미국의 강력한 긴축 행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회사채 지표 금리인)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적어도 상반기까진 기업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근 신한금융투자 채권전문위원도 “다음 달 Fed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때까지 국고채 금리 변동성을 예측하긴 힘들다”며 “당분간 회사채 시장은 발행과 거래가 동시에 줄면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 찾아온 혹한기에 일부 기업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급하게 운영 자금이 필요하거나 빚 상환을 앞둔 기업엔 타격이 클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 19 여파에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기업은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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