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렸는데 100원도 없어"…이은해 남편 사라진 7억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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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7억원.
‘계곡 살인’ 사건 피해자 윤모(당시 39세)씨의 유족들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고인의 돈이다. 2019년 6월 계곡에서 숨진 윤씨는 대기업에 다니며 연봉 5400만원(2019년 초 기준)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사망 직전 “라면을 살 돈이 없다”며 지인에게 3000원을 빌릴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들이 돈의 행방을 더욱 궁금해하는 이유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이 피의자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는 윤씨의 재산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윤씨의 누나는 지난 19일 열린 이씨와 조씨의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동생의 죽음의 진실을 찾고자 3년의 시간을 기다려왔다. 동생의 경제적 어려움과 억대의 빚, 배고픔은 무엇 때문이었냐”며 오열했다고 한다. 그는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들을 준엄한 법으로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유족 측에서 주장한 사안에 대해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 일산서부서의 조사에서 윤씨가 조씨와 이씨의 지인 A씨 등에 돈을 보낸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씨가 이들에 보낸 금액은 약 2억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범죄 혐의와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이씨가 고인에 대해 보험을 들도록 압박을 한 흔적 등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강요죄나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 15년 근무…‘3억원 저축’ 이야기하기도

윤씨는 2004년부터 한 대기업에서 일해 왔다. 유족에 따르면 수년 전 지인들에게 “3억원을 저축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또 윤씨는 회사 대출과 퇴직금 중간 정산을 신청해 약 1억원을 받았고 제1·2 금융권 대출로 약 1억 2000만원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1억 4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가 사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뉴스1

윤씨가 사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뉴스1

하지만, 사망 1년 전인 2018년 6월 “빚을 다 못 갚겠다”며 개인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이 정한 변제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회생 절차마저 폐지됐다. 윤씨의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한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는 “윤씨의 빚 대부분은 2018년 이후 생긴 거였다”며 “A씨에게 2017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보낸 기록이 있다”고 했다. 윤씨는 이씨와 2016년 혼인 신고를 했기 때문에, 가정을 이룬 상태에서 본인이 신용불량자가 되면서까지 제3자에게 거액을 송금한 것이다.

유족들은 윤씨 지인들의 증언과 윤씨의 생전 문자 내용을 토대로 이씨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족이 공개한 문자에는 윤씨가 이씨에게 “후회한다. 사이트를 시작한 건 내 의지도 생각도 아니었다” “피 말리게 돈 구해서 100원도 안 나온다”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씨가 윤씨에게 받은 돈으로 여행을 다니는 등 흥청망청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씨는 윤씨가 사망한 2019년에만 세 차례에 걸쳐 일본과 마카오를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 측은 “7억원 넘는 돈이 몇 년 만에 없어졌다. ‘도박장 운영’ 의혹에 대한 이씨의 해명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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