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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에 입양→쑥떡 먹고 사망…59억 수령자는 학교동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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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쑥떡 사망’으로 알려진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았던 동창생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이 “의심스럽다”며 받아들이지 읺았다. [중앙포토]

일명 ‘쑥떡 사망’으로 알려진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았던 동창생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이 “의심스럽다”며 받아들이지 읺았다. [중앙포토]

중학교 동창의 의문사 뒤 59억원 보험금의 수령자로 등록된 한 여성이 일부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보험 사기를 의심하며 패소 판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A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와 중학교 동창인 B씨(사망 당시 54세·여성)는 2017년 9월 13일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에서 B씨가 인후부에 위치했던 쑥떡에 의해 기도폐색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망 후 B씨의 위 내용물이 역류하면서 떡이 인후부 쪽에 위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해 결국 ‘사인 불명’으로 판정했다.

B씨는 2016년 4월 A씨 모친의 양녀로 입양되면서 52세 나이에 A씨와 중학교 동창이자 법적 자매지간이 된 상태였다.

B씨는 2012년 7월~2016년 6월, 4년간 16개 보험사에 사망보험 상품을 20건을 체결했고 월 보험료 합계는 142만원이었으며 사망 보험금 합계는 약 59억원에 달했다. 당시 B씨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원이 채 안됐다.

계약 당시 사망보험금의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이었으나 보험계약 직후 또는 체결 후 2년가량 사이에 B씨가 이혼하면서 보험금 수익자는 A씨로 모두 변경됐다.

A씨는 B씨의 사인은 재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며 2019년 11월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보험계약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라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망 이외에 별다른 보장이 없는 보장성보험에서 법정상속인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중학교 동창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해 변경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입양으로 자매지간이 된 것도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보험 수익자 변경 이유에 대해 “보험계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이 “4년 동안 B씨는 15개 보험사에 20개의 보험을 들었고, 매월 나가는 보험료가 142만원이었다. 사망보험금 합계는 59억원에 이른다”며 “거액의 보험료를 매월 납부한 것은 B씨가 조기에 사망할 것을 확신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20개의 보험계약은 대부분 보장성보험으로 납부한 보험료가 적립되지 않는 소멸성보험에 해당한다”며 “신체 건강한 B씨가 굳이 사망보험금을 목적으로 하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경찰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사건을 장기간 수사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4년에 걸친 조사 끝에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내사종결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형사처벌에 필요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며 보험계약 체결 사유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경찰이 보험계약의 체결경위나 망인의 입양경위 및 보험수익자 변경의 경위가 의심스럽고 A씨가 B씨 사망 전에 ‘독이 있는 음식’을 조사해보기도 했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장기간 수사를 벌였다는 것 자체가 B씨 사망을 단순히 보험사고로 보기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B씨의 사망 사건은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타살이 의심되는 사고로 알려져 ‘쑥떡 사망’ 의혹으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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