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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여행이 그립다면…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심층여행사'를 방문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봄이 되니 코로나 19로 잃어버렸던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폭발한다. 이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도시 생활자에게 여행은 아직 자유롭지 않다. 이런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풀어줄 수 있는 기발한 여행사가 하나 생겼다. 이름하여 '심층여행사'.

로르 프루보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전. 설치, 2016. ⓒ로르 프루보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로르 프루보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전. 설치, 2016. ⓒ로르 프루보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에르메스 재단의 로르 프루보 개인전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여행사' 

장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앞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 1층의 아뜰리에 에르메스다. 심층여행사는 책상 2개에 겨우 1~2명의 손님과 앉아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작고 둥근 탁자, 화분 하나와 수조 한 개가 전부인,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에 있을 법한 소박한 사무실로 손님을 맞이한다. 벽에 걸린 색이 바랜 풍경 사진과 이벤트 쿠폰을 무심하게 붙여 놓은 대형 지도를 보고 있자면, 어디선가 달달 거리는 선풍기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이곳은 실제 여행사는 아니다. 에르메스 재단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랑스인 설치미술가 로르 프루보의 개인전이다. 프루보는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작은 여행사 사무실을 보여주며, '심층 여행'(Deep Travel)이라는 가상의 여행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로르 프루보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전. 설치, 2016. ⓒ로르 프루보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로르 프루보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전. 설치, 2016. ⓒ로르 프루보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로르 프루보의 모습.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로르 프루보의 모습.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프랑스 작가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한 로르 프루보는 동시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작가로 꼽힌다. 프랑스 릴르에서 출생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성장기를 냈고, 18세부터 17년간 런던에 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영상과 설치물 작업을 통해 기발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속엔 이 시대의 삶과 예술이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 사회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과 새로운 대안이 담겨있다고 평가받는다.
프루보가 터너상을 수상한 2013년 당시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인스타그램 세대인 프루보가 30분짜리 비디오 아트로 올해의 터너를 수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1~2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이어 붙인 제작 방식을 인스타그램의 피드와 비슷해 그를 '인스타그램 세대'라고 표현한 것. 2019년엔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대표작가였고, 오는 9월 부산에서 열리는 '2022 부산 비엔날레'의 초대 작가로도 선정됐다.

위트 있는 스토리텔링에 근거한 그의 작품은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이번 심층여행사는 스토리는 이렇다.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세계 곳곳에 가맹점을 세우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아저씨(삼촌)의 못 말리는 사업계획이 실현된 것으로, 2016년 프랑크푸르트에 첫 지점을 낸 후 미국 마이애미 뉴욕에 이은 네 번째 가맹점이라는 것.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바닥에 몸을 웅크려야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작은 문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것처럼, 이곳에서 역시 높이 120cm 폭 80cm밖에 안되는 작은 문을 통과해야지만 이 여행사에 들어갈 수 있다.

로르 프루보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전. 설치, 2016. ⓒ로르 프루보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로르 프루보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전. 설치, 2016. ⓒ로르 프루보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로르 프루보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전. 설치, 2016. ⓒ로르 프루보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로르 프루보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전. 설치, 2016. ⓒ로르 프루보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여행사 이름은 물론 사무실 곳곳에 있는 장치는 프루보의 작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요 모티프들이다. 예를 들어 여행사 이름인 심층여행은 무의식 세계로 떠나는 여행인 동시에, 터너상을 받은 영상 '원티(Wantee)'에 등장했던 가상의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땅굴 여행을 뜻한다. 여행사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에는 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영국에서 지낸 시기에 가깝게 지낸 독일인 미술가 쿠르트 슈비터스가 직접 수리해준 것이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입혔다. 여행사의 한쪽 책상에선 프루보의 첫 장편 영화 '방랑자'의 일곱 시퀀스 중 5번째인 '벙커/통신 시퀀스(2012)'가 상영된다.

로브 프루보의 2014년 작 '신앙적으로 돈 버는 방법'.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로브 프루보의 2014년 작 '신앙적으로 돈 버는 방법'.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사무실에서 이어진 극장에선 2014년 작 영상 '신앙적으로 돈 버는 방법'을 볼 수 있다. 프루보가 즐겨 사용하는 영상 제작방식인 보이스오버와 글자가 겹쳐진 화면은 강렬한 사운드와 빠른 속도의 편집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이 방식을 통해 보는 이를 세뇌하려는 의도가 있는데, 관객을 명령을 수행하는 작품 속 주인공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전시는 6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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