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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족쇄 풀렸다…ILO 핵심협약 오늘부터 발효

중앙일보

입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노동기본권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부터 발효된 결사의 자유·강제노동 금지에 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건에 맞춰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했다. 뉴스1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노동기본권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부터 발효된 결사의 자유·강제노동 금지에 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건에 맞춰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했다. 뉴스1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이 20일 발효됐다. 제29호, 87호, 98호 등 세 개다. 노조의 단결권과 단체협약권을 보장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ILO 핵심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후(後)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내 노동법과 충돌할 경우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ILO 핵심 협약의 발효로 노조의 파업은 대부분 합법 파업이 된다. 지금까지는 근로조건을 두고 노사가 이견을 보이거나 충돌해서 파업(단체행동권)할 경우에만 합법 파업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 정책, 경제, 사회적 이슈로 파업해도 ILO 협약상 합법이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특정 정당 지지와 같은 순수 정치파업이 아닌 경우 어떤 형태로든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파업을 용인하는, 단체행동권의 폭넓은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상 파업 족쇄가 풀린 셈이다.

만약 정치·정책·사회·경제 사안을 두고 벌이는 파업에 대해 정부가 제어하려 들 경우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노조는 ILO에 제소해 ILO의 판정을 받으려 할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ILO 회원국 앞에서 노동 탄압 여부를 둘러싸고 재판과 다를 바 없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 결과를 국내에 적용하게 된다. 사실상 상위법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등이 그동안 판정한 선례를 고려할 때 정부가 노조의 주장을 어떻게 방어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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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 협약 비준에 맞춰 서울버스노조 등 전국의 일부 버스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벌써 파업 바람이 일고 있다. 정권 교체기인 점을 고려하면 파업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학계의 전망이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대국민 알림 보도자료도 한 줄 내지 않았다. ILO 협약 비준과 비준서 기탁(2021년 4월 20일) 당시 떠들썩하게 홍보하던 것과 사뭇 다르다.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는 국내 노동법의 추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ILO 협약에 반하는 조항을 뜯어고쳐 단결권과 단체행동권 인정 범위를 더 넓히라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ILO 기본 협약 발효에 따른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열고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인정,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 활동 허용, 하청업체 노조의 원청과 교섭 문호 개방 등을 주장했다.

경영계는 "하루빨리 방어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업주가 해결할 수 없는 정치·사회적 사안으로 파업할 경우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직장 점거를 금지해 공장만을 돌리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또 "노조의 ILO 제소에 대비해 외교적 역량을 강화할 것"을 정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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