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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재무제표 1강]재무상태표, 주린이도 쉽게 이해하기

중앙일보

입력 2022.04.20 07:00

'앤츠랩 재무제표' 코너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반가운 독자님(uk8***@hanmail.net)의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주린이도 알 수 있는 재무제표 설명서'를 만들어 달라는 건데요. 어려운 증시·회계 정보를 쉽게 떠먹여 주는 건 앤츠랩의 전문! 첫 시간은 재무상태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까만 건 숫자고 하얀 건 종이여ㅠㅠ. 셔터스톡

까만 건 숫자고 하얀 건 종이여ㅠㅠ. 셔터스톡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봄 직한 말. '자네가 회사의 자산일세.' 이런 말을 들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죠? 그럼 이런 말은 어떨까요? '자네는 회사의 비용일세.' 이건 좀 기분이 언짢아집니다.

그런데 회계를 공부하면 어떨 때 기뻐해야 할 지 알 수 있죠. 무슨 말씀을 드리려는 지 감이 오시죠? 자산과 비용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느냐인데요.

난 회사의 자산일까, 비용일까? 셔터스톡

난 회사의 자산일까, 비용일까? 셔터스톡

회사의 자산이란 말은 듣기엔 좋지만, 회계적 의미로 보면, '너는 회사의 기계장치나 산업재산권과 같은 재산이니, 회사가 원하면 24시간든 휴일이든 쉴 틈 없이 가동할 수 있단다'가 됩니다. 거의 노예 상태에 가깝죠.

앤츠랩 뉴스레터 메인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 JYP를 다룬 적이 있는데,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이 무형자산이란 설명을 들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은 자산이 손상될까봐 연애도 마음대로 못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방황할 자유도 없습니다. 회사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또박또박 가동돼야 하니까요.

노예 해방의 회계적 의미는 특정인의 소유물(자산)이었던 노동계급이 자신의 노동력만 떼어 임금(비용)과 교환하는 형태로 진보한 것이다. 셔터스톡

노예 해방의 회계적 의미는 특정인의 소유물(자산)이었던 노동계급이 자신의 노동력만 떼어 임금(비용)과 교환하는 형태로 진보한 것이다. 셔터스톡

정확히 직장인의 노동력은 비용입니다. 인건비라고 하죠. 비용은 어감이 나쁘긴 하지만, 이것도 회계적 의미로 보면 그리 나쁜 말은 아닙니다.

비용과 비슷한 말이 '손실'이 있는데요. 둘 다 이익에서 빼는 항목이긴 하지만, 비용은 미래의 이익을 위해 희생한 것이고 손실은 이익을 위해 희생하긴커녕 어렵게 번 이익을 깎아 먹은 것이죠.

비용은 미래의 이익을 위해 희생한 것으로 손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셔터스톡

비용은 미래의 이익을 위해 희생한 것으로 손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셔터스톡

노동자의 노동은 자산이 아니니까 회사 마음대로 가동할 수 없습니다. 주 52시간 근무 등 노동법 테두리 안에서 맺은 '근로계약'에 명시한 것만 시킬 수 있죠.

그러니까, 노동조합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더 많은 이익을 위해 회사가 더 많이 희생해 달라'는 의미이니까 회계 논리상 충분히 말이 되죠. (생산성에 비해 지나치게 올려달라는 건 문제지만)

주가와 월급은 올라야 제맛. 셔터스톡

주가와 월급은 올라야 제맛. 셔터스톡

자, 자산과 비용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보려고 하는 재무상태표의 절반은 이미 끝낸 겁니다. 재무상태표란 한 마디로 회사의 '재산 목록'인데요. 좀 더 풀어 설명하면 회사의 존재 이유인 이윤 추구를 위해 회사가 가진 재산을 자산이라고 부르고, 이 자산을 얻기 위해 무엇을 동원했는지를 보여주는 게 재무상태표입니다.

4억원짜리 집을 가진 가계를 생각해 봅시다. 이 집의 자산은 뭐죠? '4억원짜리 집 한 채'겠죠.

집 한 채(자산)를 사기 위한 쓴 내 돈(자본)과 빌린 돈(부채). 이걸 한 몫에 기록한 게 재무상태표. 셔터스톡

집 한 채(자산)를 사기 위한 쓴 내 돈(자본)과 빌린 돈(부채). 이걸 한 몫에 기록한 게 재무상태표. 셔터스톡

그럼 이걸 얻기 위해 뭘 동원했을까요? 우선 부부가 피땀 흘려 모은 내 돈이 있죠. 이건 회계에서 '자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내 돈으론 모자라니 은행이나 친척에게 빌린 돈이 있을 텐데, 이렇게 빌린 남의 돈은 '부채'라고 합니다. 이걸 한꺼번에 기록한 게 뭐다? 재무상태표다. 자, 오늘 공부 끝입니다. 쉽죠?

재무상태표의 기본 구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재무상태표의 기본 구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기업의 재무상태표는 좀 복잡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자산에 부채·자본이 대응되는 구조라는 것만 이해하면 나머지는 이걸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그럼 기업의 재무상태표를 한번 열어 볼게요. 자산과 부채, 자본 항목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재무상태표의 상세 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재무상태표의 상세 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선 자산 항목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건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입니다. 유동자산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현금이나 주식 같은 것도 있고, 거래처가 1년 안에 갚을 게 분명한 외상값인 매출채권 같은 게 있죠. 창고에 있는 재고자산 중에서도 빨리빨리 팔리는 것들은 유동자산에 기록해 둘 수도 있습니다.

비(非)유동자산은 유동자산이 아니라는 소리니까, 현금으로 바꾸는 데 1년이 넘게 걸리는 자산들이죠. 기계장치와 같은 유형자산이나, 상품을 개발하는 데 쓴 연구개발비와 같은 무형자산들이 있습니다. 냉동창고 같은 곳에 오래 보관해도 되는 재고자산도 있죠.

짓는 데만 몇년 걸린 이 생산설비. 1년 안에 팔 수 있어? 못 파니까 비유동자산. 셔터스톡

짓는 데만 몇년 걸린 이 생산설비. 1년 안에 팔 수 있어? 못 파니까 비유동자산. 셔터스톡

왜 수많은 자산들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기간'을 기준으로 나눠놓는지 궁금할 텐데요. 기업의 회계장부는 기업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굴러갈 것을 전제해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내일 당장 망하는 데 무슨 한 달 뒤에 들어올 외상값인 매출채권이나, 두 달 뒤에 팔릴 재고자산의 가치를 측정해서 기록할 이유가 있을까요? 당장 채권자가 상환을 요구해도 부도를 내지 않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환금성 있는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얼른 빚 갚으세요. 얼른 현금 융통할 유동자산이 있어요? 셔터스톡

얼른 빚 갚으세요. 얼른 현금 융통할 유동자산이 있어요? 셔터스톡

자 그럼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런 설명을 들으면, 어? 그럼 회사가 갚아야 할 부채도 1년 안에 갚아야 할 것과 1년 후에 갚아도 될 것이 나뉘어 있는 것 아냐? 이렇게 생각하셨을 텐데요. 역시 똑똑합니다. 정확히 그렇게 나뉘어 있습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는 유동부채. 단기차입금이나 거래처에 빨리 갚아줘야 할 외상값인 매입채무 같은 게 있죠. 마찬가지로 비유동부채는 유동부채가 아니니까 1년 뒤에 갚아도 되는 빚입니다. 장기차입금이나 장기 회사채 같은 게 있겠죠.

빚은 천천히 갚아도 되는 빚이 좋아. 셔터스톡

빚은 천천히 갚아도 되는 빚이 좋아. 셔터스톡

이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 기업의 유동성 분석까지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흑자를 내는 기업이라도, 만기가 도래하는 빚을 갚지 못하면 '흑자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유동성이 중요하죠.

그럼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얼마나 있고,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꿔서 저 몹쓸 유동부채를 갚을 유동자산은 얼마나 있는지를 계산해 볼 수 있겠죠?

이게 바로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100)입니다. 유동비율은 100%가 넘으면 카드값 못 막아서 신용불량자 될 걱정은 없다는 의미가 되겠죠?

빨리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있다면,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많아야. 셔터스톡

빨리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있다면,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많아야. 셔터스톡

지금까지 자산과 부채를 공부했으니 이제 남은 건 자본이죠. 자본 항목을 보면 우선 맨 위에 자본금이란 게 나와 있습니다. 회사의 주주들이 사업 종잣돈으로 내놓은 돈이죠. 기업이 내 돈처럼 활용할 수 있는 돈입니다.

액면가 1000원짜리 주식을 100만주 발행해서 기업을 설립했다면, 자본금은 10억원(1000원×100만주)이 됩니다. 이 자본금은 증자나 감자로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죠.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본이 최고. 셔터스톡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본이 최고. 셔터스톡

또 보이는 게 자본잉여금인데요. 말이 좀 어려울 수 있는데, 이건 주식을 액면가보다 더 비싸게 발행했을 때 자본금을 초과하는 부분을 기록한 겁니다.

가령 액면가 1000원짜리 주식을 주식시장 거래 가격인 1500원으로 100만주 더 발행했다면, 회사엔 15억원(1500원×100만주)이 들어오겠죠. 액면가만큼인 10억원(1000원×100만주)은 자본금이 되고, 자본금을 초과한 5억원이 자본잉여금인거죠.

자본잉여금은 액면가보다 비싸게 주식을 발행했을 때 액면가를 초과한 만큼 들어온 돈. 셔터스톡

자본잉여금은 액면가보다 비싸게 주식을 발행했을 때 액면가를 초과한 만큼 들어온 돈. 셔터스톡

이익잉여금도 보이는데요. 기업을 경영하면서 주주 몫으로 남는 당기순이익이 쌓인 겁니다. 만약 이익은커녕 계속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면 이익잉여금이 이런 '()' 괄호 표시로 보일 텐데요. 회계 장부에서의 괄호 표시는 '-'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 상태다. 즉 결손금이 쌓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결손금이 쌓이면 사업 밑천인 자본금까지 깎아 먹는다. 셔터스톡

결손금이 쌓이면 사업 밑천인 자본금까지 깎아 먹는다. 셔터스톡

그리고 자본조정이란 건 자본금인지 잉여금인지 구분하기 모호해서 임시로 모아놓은 계정인데, 이건 추후 기업 사례로 설명할 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회사가 계속 적자가 나서 결손금이 쌓이면 결국 애초에 사업 종잣돈으로 모은 자본금까지 다 까먹게 되는데요. 아직 일부만 깎아 먹고 있다면 '부분자본잠식', 완전히 다 깎아 먹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가 되는 것을 '완전자본잠식'이라고 부릅니다. 완전자본잠식은 상장폐지 사유가 되니까, 주식 투자자라면 이 부분도 신경써서 보셔야겠지요.

결손금이 누적돼 자본금이 모두 잠길 지경. 셔터스톡

결손금이 누적돼 자본금이 모두 잠길 지경. 셔터스톡

또 대표적인 기업 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재무상태표를 활용해 계산해 볼 수가 있죠.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누면 됩니다. 흔히 이게 200%가 안 넘어야 건전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너무 기계적인 기준이고요.

당연히 부채비율은 낮을수록 좋지만, 대형 항공기나 선박을 빌려서 사업을 하는 항공·해운업처럼 부채 비율이 원래 높은 업종도 있으니,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짚어서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

재무상태표의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누면 부채비율이 구해진다. 이게 기업 건전성의 대표 지표. 셔터스톡

재무상태표의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누면 부채비율이 구해진다. 이게 기업 건전성의 대표 지표. 셔터스톡

부채비율이 영문도 모른 채 튀거나, 수백~수천%까지 오르면, 뭔가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니 그땐 반드시 앤츠랩 게시판에서 안동제리를 찾아 물어보세요!

이렇게 재무상태표의 굵직한 줄기 정도는 살펴봤습니다. 그 안에 또 수많은 외계어로 된 계정들이 등장하는데, 이건 차차 기업 분석 레터를 통해서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다음 레터에선 손익계산서를 볼 겁니다. 예습은? 필요 없습니다. 바쁜 데 무슨 예습이야. 쉽게 떠먹여 드릴게요.

by.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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