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못본 확진 학생에게 '인정점수'…벌써 공정성 논란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4.20 05:00

2022년 고교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응시자의 빈자리가 보인다. 연합뉴스

2022년 고교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응시자의 빈자리가 보인다. 연합뉴스

“인정점이 뭔가요?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에게 유리하죠?”

최근 학원가 내신·입시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된 가운데, 코로나19로 응시하지 못한 학생에게 부여하는 '인정점수'가 내신 성적을 두고 학내 갈등을 일으키는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확진자 '인정점수' 기말고사 어려워야 유리?

교육부는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된 학생의 중간고사 대면 응시를 불허했다. 대신 응시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인정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인정점은 시험을 못 본 학생의 이전 또는 이후 시험 성적과 난이도를 바탕으로 환산한 점수다. 예를 들어 이번 중간고사를 못 본 학생이라면, 다음 기말고사 성적을 통해서 '이 학생이 중간고사에서 받을만한 점수'를 산출한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중간고사 인정점=기말고사 응시점수×(중간고사 평균점수÷기말고사 평균점수)’다. 중간고사 인정점이 높으려면 기말고사를 잘 봐야 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뒤에 반영하는 ‘평균점수’들 때문에 중간고사는 쉬울수록, 기말고사는 어려울수록 높은 인정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정점 계산 방식. 일반적으로 질병 결시는 기준점수의 80%만 인정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결시는 인정비율이 100%다. 서울시교육청

인정점 계산 방식. 일반적으로 질병 결시는 기준점수의 80%만 인정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결시는 인정비율이 100%다. 서울시교육청

"특정 학생에게 유리" 공정성 논란 휘말릴수도

이 때문에 벌써부터 일부 교사들 사이에선 ‘벌써 기말고사가 걱정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내신에 민감한 학부모들은 시험 난이도를 두고 안 그래도 이야기가 많다. 기말고사가 쉽다면 인정점 대상 중에서 상위권 학생들이 ‘왜 이렇게 쉽게 출제했냐’ 불만이고, 어렵게 내면 중하위권 학생들이 ‘왜 이렇게 어렵냐’고 항의할까 스트레스다”라고 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 등이 나오며 일선 학교에서 평소보다 1학기 중간고사 난이도를 더 쉽게 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교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중간고사를 좀 쉽게 냈다면, 내신 등급 산출 등을 위해 기말고사는 보다 어렵게 출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중간·기말고사 난이도 차이에 따라 인정점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교사들이 내신 시험 난이도를 조절하는 만큼, '특정 학생에게 유리하게 해줬다'는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고교 진학 교사는 “누군가에게 맞춰 난이도 조절을 기계적으로 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렵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 학원 강사는 “교사가 중간고사를 보지 못한 상위권 학생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줄 수 있는데다가, 사실이든 아니든 여러모로 괜히 오해와 분란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확진자 늘어나는데…중간고사 대책 없었던 교육부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를 치르던 11월 3~4주차만 해도 일일 평균 학생 확진자 수가 300~4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달 3~9일 일일 평균 학생 확진자 수는 2만7788명으로 증가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교육당국이 학생 중간고사 응시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본인 확진이라도 원하면 중간고사에 응시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한 고교 학부모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1만5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점수는 대입, 특목고 입시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확진 학생이 증가할 때부터 교육당국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며 “특히나 고교 내신은 소수점 단위로도 경쟁이 치열한데 인정점 관련해 교육당국의 치열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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