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이런 크롤링 소송 없었다…네이버 열받게한 스타트업 [팩플]

중앙일보

입력 2022.04.20 05:00

업데이트 2022.04.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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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팩플레터 226호. 정다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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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인가, 후발주자에게 경쟁 기회를 주는 기술인가.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한 스타트업의 ‘크롤링’(crawling·온라인상 정보 수집 및 가공)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IT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슨 일이야

네이버는 지난 1월 다윈중개(회사명 다윈프로퍼티)를 상대로 ‘데이터베이스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다윈중개는 2019년 창업한 온라인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이 회사는 자체 확보한 매물 외에, 네이버의 중개 서비스인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정보 웹페이지 링크를 다윈중개에 연결했다. 이른바 '아웃링크' 방식으로 네이버부동산 매물을 다윈중개에 끌어다 놓은 것. 특히, 네이버 매물의 단지명·층·면적·가격 등 4개 정보는 직접 다윈중개 플랫폼에 게시하고 ‘외부 사이트 매물도 다윈중개 중개사에게 의뢰하면 저렴한 수수료로 중개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네이버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다윈중개가) 마치 전국 각지에서 상당한 양의 부동산 매물을 확보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네이버부동산 데이터베이스(DB)를 무단으로 대량 복제해 게시하고 있다”며 “네이버부동산 정보의 무단 이용을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다윈중개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캡처]

다윈중개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캡처]

이게 왜 중요해

크롤링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반 기술로 꼽힌다. 크롤러로 불리는 프로그램이 거미줄처럼 뻗은 월드와이드웹(www)을 돌며 데이터를 긁어와 수집·가공한다. 구글, 네이버 등 지금의 빅테크를 만든 기술이기도 하다. 이창무 중앙대 보안대학원장은 “웹 크롤링은 검색엔진 외에도 쇼핑몰 최저가 비교, 인공지능(AI) 데이터 학습 등 웹 데이터가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쓰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돈’이 되면서 관련 분쟁이 늘고 있다. 일찌감치 양질의 DB를 만든 선발주자와, 이를 쫓는 후발주자 간 갈등은 법정 분쟁으로도 이어진다. 취업정보 플랫폼인 사람인과 잡코리아는 10년 간 소송전을 이어갔고 숙박정보 플랫폼 여기어때와 야놀자는 지금도 민형사상 소송 중이다. 지난해 9월엔 럭셔리 플랫폼 캐치패션이 경쟁사 발란·트렌비·머스트잇의 크롤링을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네이버의 이번 소송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번엔 기존과 달리 아웃링크 방식이 문제가 된 최초의 소송이다. IT업계와 법조계 모두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하는 배경.

네이버 2021 통합보고서에 나온 네이버의 사업영역과 비즈니스 모델. [사진 네이버 2021 통합보고서]

네이버 2021 통합보고서에 나온 네이버의 사업영역과 비즈니스 모델. [사진 네이버 2021 통합보고서]

네이버는 왜? “무임승차 용납못해”

네이버는 2003년부터 부동산 매물정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년 9월 발표에 따르면,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 건수 기준 40% 이상, 순방문자 70% 이상을 점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상대로 소송까지 낸 이유가 있다.

①“20년 노하우 담은 알짜 DB” : 네이버부동산은 가격·층·동·단지·면적부터 공인중개사 매물 설명까지 망라한 방대한 DB다. 2009년부터 확인매물 서비스를 도입해 허위 매물을 걸러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적물적 투자와 노력이 담긴 DB인만큼 저작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며 “다윈중개의 행위는 이를 침해한 무임승차”라고 지적했다.

②“네이버부동산 중개사들에 피해” : 네이버는 '다윈중개가 네이버에 매물을 올린 중개사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해친다'고도 주장한다. 네이버에 매물을 올린 중개사는 매수·매도자 양쪽서 수수료를 받는 ‘양타’를 노리는데, 다윈중개를 거치면 매물을 올린 중개사는 매수자 쪽 수수료를 못 받는다는 것. 네이버 관계자는 “경제적 이익의 침해를 일으키는, 성과 무단 이용행위”라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플랫폼 매물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동산 플랫폼 매물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윈중개는 왜?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다”

다윈프로퍼티는 2019년 창업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①“아웃링크는 다르다” : 다윈중개는 아웃링크로 연결했기 때문에 DB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윈중개 측 법률대리인인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완전한 정보를 보려면 네이버부동산에 가야 한다”며 “아웃링크이기 때문에 법적 평가도 달라야한다”고 말했다. 다윈중개가 게시한 네이버 매물 정보는 가격 등 4가지 뿐이고, 네이버부동산에서도 로그인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라는 점도 반박 근거다.

②“매물 올린 중개사에도 이득”: 다윈중개 측은 부정경쟁행위도 아니라고 반박한다. 크롤링한 네이버부동산 매물은 중개사가 광고비를 내고 네이버에 노출시킨 정보인데, 다윈중개를 통해 더 빨리 매수자를 찾으면 네이버에도 중개사에게도 좋다는 취지.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뉴스로 치면 기사 제목만 보여주고, 클릭하면 네이버부동산 홈으로 이동하는 구조”라며 “네이버부동산 유입이 늘어 거래가 잘 되면 (네이버도, 중개사도) 좋은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다윈중개는 지난해 8월 네이버의 시정 요구 이후 사용자 환경을 일부 변경했다. [사진 다윈프로퍼티]

다윈중개는 지난해 8월 네이버의 시정 요구 이후 사용자 환경을 일부 변경했다. [사진 다윈프로퍼티]

앞으로는?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5부는 지난달 두 차례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르면 이달 안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선 앞으로 유사한 크롤링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검색 기반으로 성장해 수많은 버티컬(특정 분야) 영역에서 양질의 DB, 서비스를 갖춘 네이버가 그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 크롤링 전문업체 유펜솔루션 김재훈 대표는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수요는 커지는데 국내에선 아무래도 네이버, 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에 좋은 데이터가 많다”며 “데이터를 두고 포털과 스타트업 간의 분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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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수수료 내건 다윈중개가 공인중개사 업계에서 미운털 박힌 이유, 링크드인의 정보를 크롤링해간 스타트업에 대해 미국 법원이 어떤 판단 내렸는지 궁금하다면? 위 기사에 담지 못한 더 깊은 이야기는 중앙일보 팩플 홈페이지에서 풀 버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풀버전 기사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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