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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21%↑ 철근 49%↑ 건설현장이 멈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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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건설 자재 값 급등에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공사비를 올려달라며 2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20일부터 공사가 멈추는 광주 북구의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건설 자재 값 급등에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공사비를 올려달라며 2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20일부터 공사가 멈추는 광주 북구의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시멘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오르는 등 건설 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건설 현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세계 최대 철근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제한으로 철근 값은 지난해부터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멘트 가격마저 폭등하고 있다. 공사 중단(셧다운)을 선언하는 업체들이 속출하면서, 아파트 공급 일정에 차질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는 지난 15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레미콘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1t당 7만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8000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5.1% 올린 뒤 약 8개월 만에 또다시 두 자릿수 인상에 나선 것이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나 오른 데다가 요소수 공급 부족 등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이 큰 탓이다. 국내 시멘트사들은 유연탄을 전량 수입하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러시아서 들여온 유연탄이 약 75%다. 레미콘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이 두 자릿수로 급등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 현장에 공급되는 레미콘 가격도 곧 인상될 예정이다.

치솟는 건설 원자재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치솟는 건설 원자재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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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최근 철 스크랩(고철) 가격이 치솟자 고철을 원료로 만드는 철근과 형강 등 건축용 철강재 가격도 급등 중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철 평균 가격은 지난해 3월 t당 42만원에서 지난 3월 69만4000원으로 63% 오른 뒤 이달 들어 70만원대를 돌파,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가는 2008년 국내 철근 파동 때 기록한 68만원이다.

건설자재 가격은 전체 공사비의 30%를 차지한다. 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에서는 자재 대란으로 공사 현장이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건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공사 전문업체들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며 20일부터 무기한 공사중단에 나선다. 19일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전날 회원사 전체 회의를 열고 20일부터 무기한 파업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급등한 가격을 반영해 공사 계약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공사를 중단하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전국의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 600여곳이 멈춰선다.

이미 철근 공급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측은 “지금 공사 중인 현장은 대부분 지난해 또는 그 이전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며 “1년 사이에 자잿값이 너무 올라 공사 업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공사는 이미 계약서에 쓴 공사비를 조정하기 어렵다”며 “결국 적자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등에 자재 수급과 관련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자잿값 인상은 분양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현대건설 등 메이저 시공사 4곳이 공사를 중단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처럼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는 단지도 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등을 피하려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분양 시기를 늦추는 재건축 단지 등이 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자잿값 인상에 공사비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일반분양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는 오는 5월로 예정했던 분양일정을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재 가격 상승은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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